[특집]①SW생태계 전략, 이대로 좋은가

일반입력 :2012/04/12 10:05    수정: 2012/04/12 18:11

소프트웨어(SW)산업 경쟁력 높이기에 나선 정부 행보가 당초 기대와 달리 업계의 실망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된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의 이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비판과 그에 포함조차 안 된 다른 분야 문제도 크다는 지적이 함께 자리하는 것이다. 방대한 정부 계획들이 그 내용과 실효성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전략 대부분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향후 일선 현장에 진입할 학생개발자에 대한 제도 정비와 지원 방안이 차지한다. 특히 여러 시장 주체들 가운데 공공부문 정보시스템 구축에 참여해온 대기업계열 시스템통합(SI) 사업자와 중견SI 업체간 대립구도가 부각됐다. 나머지 정책들은 그간 공개SW진영이나 제도의 불합리함에 노출되기 쉬운 프리랜서 또는 군소업체 엔지니어 등 개발자 개인들은 정부의 ‘SW생태계’에 소외됐다는 평가다. 결국 누구와 얼마만큼 공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느냔 지적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정부의 SW산업진흥정책 내용과 흐름, SI와 SW를 구별하지 않는 접근방식의 한계, 최신 시장 동향을 좇으면서 선진 기술 트렌드에 취약한 정부 행태의 모순, 현업 개발자와 벤처 경영자의 고민, 국내 취약한 공개SW 시장과 관심을 4회에 걸쳐 다뤄 본다.

[연재 순서]

①SW생태계 전략, 이대로 괜찮은가

②SI 전문 엔지니어 구제는 관심 밖

③독립SW개발자와 벤처CEO의 고민

④공개SW없는 최신동향 대응은 모순

■SW생태계 구축전략과 SW산업진흥법 개정

지식경제부의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은 지난해 10월말 제10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취약한 국내 SW산업의 자생력을 단련시킬 종합대책으로 제시됐다. 대부분 부처간 합의와 예산 마련 등을 수반하는 계획이라 관련법 개정을 필수로 전제한 내용이었다. 일부 파격적인 내용이 통과여부에 대한 업계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이달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금 분위기대로 자동 폐기되든, 예상을 뒤엎고 총선이후 남은 18대국회 기간중 처리되든, 후속조치를 통해 기존 안에 배제된 업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전문, 중소기업 참여를 늘리고 시장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선진 수발주체계를 만들고 SW대가를 시장 자율로 적용한다는 ‘SW 공정거래질서 확립’ ▲SW고급인재를 키우고 기업내 SW자산 활용을 촉진할 SW뱅크를 세우고 SW특성에 맞는 정부R&D체계를 도입한다는 ‘SW기초체력 강화’ ▲임베디드시스템과 스마트콘텐츠를 경쟁력을 키운다는 ‘SW융합 활성화’ ▲주파수할당 수입을 SW에 집중 지원하고 부처간 SW정책 협의체를 운영하고 산하기관내 SW정책 연구센터를 세운다는 ‘지속적 추진체계 확보’ 등 4개부문별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선행조치로 제18대국회서 이달 초까지 논의된 게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 법률안은 앞서 국회의원 김혜성, 박민식, 배은희, 정태근, 4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내용과 정부발의한 내용을 통합, 조정해 지난달초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합의된 상태로 입법을 예고했다. 그러나 다음달 총선을 앞둔 여야가 선거구 합의를 이유로 당시 계류중인 주요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고, 이달 중순까지 연장됐던 임시국회가 만료되면서 사실상 불발에 그친 걸로 평가된다.

18대국회의 물리적 시한은 총선 이후 오는 5월까지 남았다. 그러나 몇 번씩이나 정족수 미달로 늦어졌던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가 다시 열려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기를 넘긴 법안들은 자동 폐기되며 제19대국회 이후 다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에 발목이 잡히면서 그에 법적 설치 근거나 예산 책정이 포함된 ▲대기업계열사 공공SI 참여 제한 ▲공공발주시 명확한 제안요청서(RFP) 작성 ▲지식경제부에 모든 공공발주 사업내역 제출 ▲SW기술자 노임단가제 폐지 ▲산하기관 SW정책 연구센터 설립 등 주요계획 실행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대기업-중견기업 대립구도, 적절성 논란

당초 정부 의지는 다음해부터 대기업 공공SI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그 사업 수주 기회를 중견 이하 기업들에게 보장하는 것이었다. 과거 불합리한 SW기술자 노임단가제를 없애고 전문성이 부족한 공공부문 기준보다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형성시키는 취지도 있었다.

대기업에 편중된 시장 기회를 중견사업자에게 돌려준다는 방안에 중견급 SI와 관련 협회 등이 직접 환영의 뜻을 밝혔을 뿐, 상용SW업체나 공개SW관련 사업자와 현업 종사자들은 그 내용에 관심이 없거나 정부 방침에 별 기대를 걸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들에게 정부는 현업보다 신규 SW인력 육성과 신생 벤처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사실 개정법률안 내용이 틀을 갖춘 이후 시점에도 그 내용이 전체 SW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SW공생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은 실제 독립SW개발사(ISV)가 많은 중견중소 기술업체들과 중견급 이상부터 대기업에 많은 ‘IT서비스’업계 이해를 충돌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SW관련 일부 인사들이 개인적 입장이라며 현 개정 내용에 간접적인 반대의 뜻을 내비쳐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선 해당 ‘사견’을 대기업계열 SI업체 논리에 의존한 반대로 치부한다. 행정안전부 박종호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과 카이스트 김진형 SW정책연구센터 소장 등이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충분치 못했다거나 법 개정에 따른 시장 혼란과 실효성 부족 등에 우려를 표한 것이 그런 사례다.

■차세대 먹거리, SW융합 활성화 챙기기

정부가 실용화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융합IT 영역 계획은 분야별로 차이를 보이나 전반적으로 기초 인프라 연구개발 단계다. 정부 계획이 주로 예산을 투입해 전략과제를 실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덕분에 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추진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단 몇 년간 고급인력을 육성하고 그 체계를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이미 모바일용 공통SW플랫폼, 건물 에너지 관리 기술, 스마트가전 원격 유지보수 기술, 자동차 장애물 고속 인식 기술 등 융합기술을 전수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주력산업의 임베디드SW와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분석해 융합 로드맵을 세울 방침이다. 정부가 제조부문에 기반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관심이 높은 만큼, 단말기 생산으로 이어지는 분야 지원은 자연스럽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정부가 선정한 국내 대학에 SW플랫폼 연구센터 웰빙형 정보기기(경북대), 스마트TV(성균관대), 모바일(KAIST), 3개 분야별로 열어 기본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해마다 20억원씩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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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완성차 시장에서 해외 제조사와 SW업체들은 ‘커넥티드 카’라 불리는 스마트자동차 프로젝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을 겨냥한 국내 완성차 업체와 부품 제조사들이 수출 시장에서 요구되는 국제 기능안정성 표준과 융합IT를 위한 SW인력이 부족함을 느끼는 상황에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만난 IT교육사업체 관계자는 “임베디드SW 교육과정을 구성하더라도 시장 초기인 완성차 융합SW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이 분야 과목을 신설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르칠 사람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 민간사업자가 자체 연구개발 목적으로 직접 인력을 키우면서 추가 채용 규모도 상당한 만큼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