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인사건’ 경찰 대응에 누리꾼 분노

일반입력 :2012/04/06 15:56    수정: 2012/04/06 16:33

정현정 기자

길 가던 중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한 20대 여성 납치살인사건, 일명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이 검거됐지만 경찰의 무기력한 대응을 두고 인터넷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직전 112에 도움을 요청하며 자신의 위치를 비교적 상세하게 알리는 내용의 신고전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경찰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잔인한 범행을 끝내 막지 못한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곽 모씨㉘는 지난 1일 오후 10시 50분께 경기지방경찰청 112센터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곽씨는 현재위치를 묻는 경찰의 물음에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이라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하지만 다급한 여성의 구조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누가 그러는 거예요?” , “(범인을)어떻게 알아요?”, “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 등 불필요한 질문을 쏟아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직후 순찰차 6대와 형사기동대 등 대규모 수사인력을 현장에 출동시켜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피해자는 13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11시50분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중국동포 우모㊷씨가 거주하는 원룸 1층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채 경찰에 의해 발견했다.

조사 결과 우씨는 곽씨를 살해한 후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10여개로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씨의 집은 곽씨가 지목한 지동초등학교와 약 50~60m 떨어져있던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경찰은 휴대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이면서 범행을 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사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엽기적인 살해방법에 경악하면서 경찰의 무기력한 대응에 피해자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신고 이후 상당시간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이 곽씨가 알려준 위치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였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다.

누리꾼 troy****는 “늑장대응으로 13시간동안 범행을 방치해 시신을 유린하는 걸 막지 못한 경찰도 피해자를 살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asq****도 “경찰이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인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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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신고전화 내용 녹취록을 토대로 위급한 상황에서 수사에 결정적이지 않는 질문들을 중복해서 한 상담접수원에 태도에도 분노하고 있다. 누리꾼 nikk**** “전혀 핵심적이지 않은 질문들을 이야기 듣는 것 처럼 해대고 있다”면서 “112 신고 접수 매뉴얼이 스무고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난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이번 사건 관련자인 수원 중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사건의 늑장대응에 대한 문책성 인사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