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폰 "마이크로 USB의 딜레마"

일반입력 :2012/04/05 15:18    수정: 2012/04/05 16:36

대부분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에서 채택하고 있는 충전 규격인 5핀 형태 마이크로 USB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마이크로 USB 임에도 불구하고 지원되는 기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이 주로 채택하는 5핀 형태 마이크로USB 포트의 기능이 제조사 및 모델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겨냥한 스마트폰 호환 기기를 만드는데 써드파티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른 기기와 주로 와이파이, 블루투스, 내장 포트를 통한 케이블을 통해 연결된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는 독자 규격이 아니라 주관 단체나 관련 부품 공급사의 인증 규격이기 때문에 여러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물론 아이폰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의 마이크로 USB 5핀 내장 포트는 PC와 연결해 일반 데이터 전송 또는 충전 기능까지만 동일할 뿐 나머지 기능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안드로이드폰의 마이크로USB 포트가 아이폰 30핀 포트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실시간 음악 전송이 안된다는 것이다.

필립스가 지난해 말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폰 도킹오디오를 선보였지만, 음악 재생은 도킹 방식이 아니라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따라 자동 블루투스 페어링으로 가능하다. 도킹오디오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CES에서 공개한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동시 지원 도킹오디오도 아이폰만 도킹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폰으로 음악을 듣기 위해선 필립스 제품처럼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전용 앱을 내려받아 자동 블루투스 페어링을 통해 연결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마이크로USB 포트의 핀 수가 아이폰과 비교해 적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피델리오 시리즈 국내 출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필립스가 구글이 안드로이드폰도 음악 전송이 가능한 새로운 마이크로USB 포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는 하드웨어의 제한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측에 따르면 안드로이드폰 USB 단자를 사용해서 음악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된다.

음향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헤드폰도 3개의 극단자로 음악 전송은 물론 전원까지 가능한데 마이크로 USB 5핀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모토로라 스마트폰 가운데 자체 액세서리를 추가로 구입해 노트북처럼 사용할 경우 음악 전송을 넘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통해 각종 연산 작업은 물론 대화면 출력도 할 수 있다. 별도 포트를 추가로 사용하긴 하지만, 마이크로 USB 포트에서도 소프트웨어 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제조사 스마트폰 가운데서도 제품별 내장 포트 기능이 다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지난달 국내 최초 3D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내놓은 아큐픽스는 자사 제품이 삼성 갤럭시S2와는 사용할 수 있지만, 갤럭시S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3D 영상을 머리에 쓰는 형태의 HMD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했지만, 지원 가능한 스마트폰에 제한이 생긴 것이다.

이는 갤럭시S가 갤럭시S2와 달리 MHL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MHL이란 간단히 설명하면 스마트폰을 모니터 HDMI 단자에 연결해 충전과 함께 화면을 그대로 전송해주는 미러링 기술을 말한다.

결국 MHL 인증 스마트폰과 일반 스마트폰은 동일한 모양의 포트를 사용하면서도 사용 기능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스마트 모니터 역시 MHL 인증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HDMI 단자와 연결해 큰 화면으로 스마트폰 내 콘텐츠를 감상하면서 충전할 수 있다. 반면 MHL 미인증 폰일 경우 충전만 가능하다.

관련기사

이처럼 안드로이드폰 내장 포트가 모양만 같을 뿐 통일된 규격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호환 가능한 액세서리와 IT 기기 제작이 아이폰과 비교해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드로이드의 파편화라고 칭하는 현상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며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은 물론 관련 액세서리 생태계 발전을 위해선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이를 표준화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