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폰 시대…중고폰 요금제 어쩌나

[기획특집④]휴대폰 유통 패러다임 바뀐다

일반입력 :2012/04/02 16:14

정윤희 기자

중고폰 시장이 성장하면서 세컨폰(혹은 서브폰) 이용자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제 국내서도 해외처럼 유심이동 등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컨대 평소에는 원래 사용하는 폰을 쓰다가 전화비가 싼 업무용 폰을 쓴다던지, 국제전화를 쓸 때는 국제전화 요금이 저렴한 MVNO 휴대폰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세컨폰 이용자 수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이동통신 이용자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세컨폰)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문자나 전화만 쓴다던지 하는 식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통신서비스를 쓰기 위해 세컨폰을 장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고폰 시장의 성장에 힘입었다. 세컨폰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신 단말기를 쓰기에는 아무래도 2년 약정과 비싼 단말기 할부금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내달부터 시행되는 단말기 자급제도(블랙리스트), MVNO 활성화, 이통사들의 중고폰 판매 등으로 인해 촉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신사에서 4회선(신용정보에 따라 변경 가능)까지 개통을 허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세컨폰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고폰 판매가 활성화되고 MVNO의 유심이동이 전면 허용되면서 세컨폰을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 주기가 짧아지면서 주사용 폰은 최신 단말을 고집하더라도 세컨폰으로는 중고폰을 쓰는 사람이 많을 것”고 말했다.

■늘어나는 중고폰…요금제는?

문제는 중고폰을 구입해도 전용 요금제가 없어 기존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가입하면 중고폰 이용자는 통신사의 약정에 따른 할인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통사에서는 중고폰 요금제를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중고폰 요금제는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블랙리스트 제도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여러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과 KT가 중고폰 회수, 판매를 시작하면서도 정작 전용 요금제는 내놓지 못한 이유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중고폰 요금제 역시 이통사의 딜레마 중 하나”라며 “블랙리스트 등 여러 사안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씩 따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 역시 “4~5월경에 중고폰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며 “중고폰 구매는 기존 폰 구매 행태와 다른 만큼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전방위적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T에코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T스마트샵을 통해 거래된 중고폰은 15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 2월에는 3만6천대까지 확대됐으며 3월에는 5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에는 ‘T에코폰’ 서비스를 오프라인 직영 대리점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상반기 내 T에코폰을 대리점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운영해본 결과 중고폰에 대한 수요도 많고 환경보호적인 측면도 있어서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KT 역시 지난달 22일부터 올레닷컴 사이트와 우수대리점을 통해 중고폰 매입, 판매에 나섰다. KT는 ‘올레 그린폰’ 제도를 통해 아이폰4와 피처폰 16종을 대리점에서 판매 중이며 조만간 중고폰 전용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글 싣는 순서]

①중고폰 잡아라!…2천500만대 시장 ‘들썩’

②이통사 탄소배출권 ‘어떡해’…“중고폰 주목”

③이통사 중고폰 ‘딜레마’…한숨만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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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세컨폰 시대…중고폰 요금제 어쩌나

⑤이통사 대리점 ‘홀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