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전쟁’ 나선 포털…비장의 무기는

일반입력 :2012/03/31 09:39    수정: 2012/04/01 07:48

정현정 기자

이번엔 카메라 전쟁이다. 국내 대형 포털사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경쟁에 나섰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의 원조 격인 KTH ‘푸딩카메라’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최근 NHN과 SK커뮤니케이션즈가 ‘네이버 카메라’와 ‘싸이메라’로 경쟁에 가세했다.

최근 스마트폰 해상도가 크게 개선되면서 무거운 카메라를 따로 들고다닐 이유가 더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촬영 뿐만 아니라 사진 편집 및 관리 도구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굳이 PC를 거칠 필요도 없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편집한 후 색감을 보정하고 이를 클라우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로 공유하는 식이다.

오히려 PC에서 복잡한 작업을 거치는 것보다 결과물이 만족스럽기도 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영향력을 가지면서 사진은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로 떠오른 것도 사진 관련 앱들이 꾸준히 인기를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밖에도 포털들이 카메라 앱 경쟁에 뛰어든 속내는 복잡하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 경쟁력 강화가, SK컴즈는 싸이월드의 부활을, KTH는 모바일 플랫폼 전략 완성이라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포털들이 자체 개발한 앱을 꾸준히 출시하는 것도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모바일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아무리 철저한 사전조사와 시장분석을 거쳐도 모바일에서 먹히는 콘텐츠의 공식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은 대형 포털들도 개발사와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고급 인력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펄치면 이 중 하나는 얻어걸리지 않겠냐”는 푸념도 들린다.

■‘네이버스러운’ 네이버 카메라

네이버가 이달 초 출시한 네이버 카메라 앱에 대한 대다수의 평가는 ‘네이버스럽다’로 요약된다. 스마트폰 카메라 하면 떠오르는 모범답안 같은 앱이다.

네이버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진 촬영에서 편집, 보관, 공유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촬영 및 편집 기능을 비롯해 N드라이브 자동 백업 기능과 미투데이, 블로그 등 네이버 SNS와의 실시간 공유 기능 등 사진 전반에 필요한 편의 기능은 모두 갖췄다.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화면의 아무곳이나 터치하면 사진 촬영이 가능하게 하고 분활촬영, 레이아웃, 각종 효과 및 편집 기능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이용자들의 니즈를 꼼꼼히 파악했다는 느낌이 든다. 카메라 앱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기존 네이버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라는 꼬리표는 붙어다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다른 SNS와 연동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 대신 N드라이브, 미투데이 블로그로만 전송할 수 있도록 해 네이버 자사 서비스 활성화라는 목표에 충실했다.

N드라이브 자동 백업 기능을 제공해 N드라이브를 활용한 대용량 사진작업을 많이 하는 이용자나 미투데이와 네이버 블로그 등 서비스 활용도가 높은 이용자들에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뽀샵앱 싸이메라 ‘싸이열풍’ 재현할까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인물사진에 최적화된 카메라 앱 ‘싸이메라’를 내놨다. 단순한 ‘뽀샤시’ 효과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촬영된 사진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복잡한 후보정을 거치지 않아도 ‘눈 크게’, ‘갸름하게’, ‘스마일’, ‘잡티제거’ 등 ‘자동뽀샵’ 다양한 미용효과를 제공한다.

정확도도 꽤 괜찮다. 얼굴인식에만 성공하면 많은 조작을 거치지 않아도 포토샵으로 만진 것 같은 미용효과를 줄 수 있다. 사진을 확대하고 터치영역을 최소화하면 꽤 세밀한 보정도 가능하다. 촬영한 사진은 싸이월드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로 공유할 수 있다.“이번엔 터졌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티스토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10~20대 여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현재 21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일종의 ‘홈그라운드’인 티스토어를 벗어나 구글 플레이(구 안드로이드마켓)에 출시한 데 이어, 상반기 중으로 애플 앱스토어에 까지 출시되면 정확한 판가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싸이메라의 성공적 데뷔로 모바일 환경에서 싸이월드 재건을 꿈꾸는 SK컴즈도 고무적인 반응이다. 싸이메라라는 이름도 ‘싸이월드’와 ‘카메라’의 합성어다. 싸이월드의 킬러서비스도 ‘사진첩’이었다는 점도 싸이메라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뽀샵’ 기능 외에도 ‘아웃포커싱’ 모드를 지원한다거나 감성적인 사진필터와 아기자기한 스티커 기능을 살펴보면 싸이월드 사진첩을 애용하던 핵심 이용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으려 했다는 평가다. 싸이메라는 곧 싸이월드 앱과 연동될 예정이다.

■‘명불허전’ 푸딩카메라, 한 발짝 더?

KTH ‘푸딩카메라’는 보다 카메라 자체에 집중한 앱이다. 스마트폰 열풍 초기부터 스마트폰과 사진이라는 환상궁합 요소를 찾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8가지 카메라와 8가지 필름효과를 자유롭게 조합해 총 64가지의 다양한 느낌의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8가지 카메라 기능은 DSLR에서 카메라 렌즈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해 원하는 사진의 구도와 앵글을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빈티지 브라운, 모노, 비비드 등 필름 효과를 이용할 경우 보정 효과를 줄 수 있다.

KTH는 여러 사진 앱의 공세 속에서도 끝까지 ‘푸딩다움’을 지키겠다는 포부다. 모바일에 맞는 사용자 가치인 단순함과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푸딩만의 감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용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파노라마, 어안렌즈 등 각 렌즈의 고유한 비율과 화각을 재현하기 위해 아직까지 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고집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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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카메라는 포털사이트 파란을 운영 중인 KTH가 모바일 집중화 전략을 택하면서 나온 성공작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단일 서비스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이용자 층을 모바일 소셜 플랫폼으로 묶어내는 과제가 남았다.

이를 위해 푸딩시리즈 차기작인 사진기반 SNS ‘푸딩.투’와 연동도 강화해 푸딩카메라와 푸딩.투가 유연한 관계를 가지고 보다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상반기 내로 글로벌 사용자들을 고려해 폭넓은 언어환경을 지원하고 실시간 필터 적용 등 기술적인 고도화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