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계, "인력 숨통 언제쯤"

일반입력 :2012/03/31 08:34    수정: 2012/03/31 14:48

손경호 기자

A팹리스 업체, 지난 2년 동안 200명 가깝던 인력이 100명 딱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매출 감소 등 기업 경영 악화가 원인이었지만 요인은 또 다른 곳에도 있었다. 팹리스 업계의 인력난으로 모시고 가려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퇴사한 인력의 대부분은 이 기업의 반도체 설계 업무 담당자들이다. 지난 2년 새 삼성·LG 등 대기업이 시스템반도체 설계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했다. 이 때문에 팹리스 기업들은 한 때 휘청였다가 최근 들어 안정세를 찾았다. 그러나 대기업·중소 기업할 것 없이 반도체, 특히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이 ‘귀하신 몸’이 된 상황에서 이직할 곳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팹리스 설계 인력 품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특히 시스템반도체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비중에서 10%를 넘어설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팹리스 업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10개 기업은 지난해 약 9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실리콘웍스와 실리콘화일 등을 제외하고는 1~2명을 충원하거나 상시채용을 하고 있었다. 전체인원은 비슷하나 2년차~3년차에서 이직을 고려하는 일부 엔지니어들 때문에 매년 새로 뽑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국내 팹리스 기업 사장은 하소연하기도 했다.

B업체 인사 담당자는 “인력이 너무 없다보니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어느 기업으로 갔는지 기업들끼리 수시로 확인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이들의 이직 경로를 파악해 여차하면 언제든 모셔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팹리스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상태다. 상위 1, 2위 기업을 제외하고는 고질적인 인력 채용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인력 채용 문제는 인력 빼가기로도 이어진다. 삼성, LG 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 등이 모두 같은 문제를 겪다 보니 이들 기업에서 신사업이라도 하려고 하면 팹리스 업계는 전전긍긍해야하는 상황이다.

신사업 관련 인력 채용으로 직원들이 우수수 빠져나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년 전 스마트폰 개발 때 이직이 한창 이었다”고 말했다.

C업체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1~2명 빠진다고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인재일 경우에는 일부 주요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어렵게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은 경우에 따라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해 실제로 제품이 나오기까지 약 2년~3년의 장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간 동안의 잦은 이직은 기업의 제품 개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같은 업계의 공통된 문제 인식에 따라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당분간은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C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나섰다고는 하지만 단기간 내 인력양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인력 채용에 급급해 대기업처럼 임원들은 몇 년 동안 경쟁사 이직 금지 같은 조항을 내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스템반도체가 부상하면서 설계인력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팹리스 고용연계형 연구센터를 대학 내 설치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