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유통망 확 늘린다…“갤럭시존 붙자”

일반입력 :2012/03/26 09:46    수정: 2012/03/26 09:51

김태정 기자

애플이 한국 내 아이폰 유통망을 크게 확대한다. 자체 애플스토어 대신 전자기기 유통전문 파트너들을 통해 아이폰 판매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5월 ‘블랙리스트’ 제도를 시행, 제조사들의 휴대폰 유통 영향력 강화가 예상되기에 더 관심이 모인 행보다.

삼성전자 역시 블랙리스트에 대비해 ‘삼성모바일샵’과 ‘갤럭시존’ 등 유통채널들을 늘려가는 추세여서 새로운 격돌까지 예상된다. 제품과 특허에 이은 유통망 쟁탈전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등 자사 제품을 판매할 국내 대리점 파트너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금강제화 계열 ‘프리스비’는 지난해 초 8개였던 대형 대리점을 최근 11개까지 늘렸고, 애플 제품 전용 상품권까지 출시했다. 맥게이트의 ‘에이샵’도 대리점을 1년 새 8곳을 새로 세워 현재 32개다.

SK네트웍스 자회사인 LCNC의 유통 브랜드 ‘컨시어지’와 피치밸리의 ‘윌리스’ 등도 지난해 초 1호점을 연 뒤 대형 매장을 늘려가며 기존 강자들과 대결 중이다.

애플의 공식 언급은 없으나 최상위 ‘애플프리미엄셀러(APR)’ 매장을 열려면 ▲40평 이상 점포 크기 ▲일정 금액 이상 자본금 ▲직원 서비스 교육 절차 등의 엄격한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이 내용을 지키지 못하면 제품을 팔지 못한다.

이 같은 엄격한 조건 때문에 국내 애플 매장 확산이 더디었지만, 근래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설명. 아이폰 인기 수혜를 입으려는 유통 사업자들의 전략과 대리점 확충이 필요한 애플 입장이 맞아떨어졌다.

한 유통업계 임원은 “APR 오픈을 놓고 애플 측 자세가 전보다는 부드러워졌다”며 “애플 제품 판매 대리점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블랙리스트를 활용할 전력을 상당히 갖추게 됐다. 이동통신사 이외 유통채널이 미미해 고심 중인 다른 외국계 휴대폰 제조사들과는 급이 다르다. 이 정도면 국내 기업들과 유통에서 맞붙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삼성모바일샵(애니콜프라자)와 디지털프라자, 갤럭시존 등 전자기기 매장 600여개를 확보했다. 임원급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부지를 살피는 데 열중이다.

LG전자도 직영점과 위탁 매장 확대를 추진 중이며 팬택은 내달 1일 유통자회사 ‘라츠’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유통 영향력까지 애플에 밀릴 수 없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랜 기간 이 같은 (유통)준비를 해왔다”며 “우리가 의도하지 않는 환경으로 유통 구조가 바뀌었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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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블랙리스트?

기기 식별번호(IMEI)를 이동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도 개통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휴대폰을 굳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살 필요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