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와 블리자드 난타전, 10년 애증 엿보니…

일반입력 :2012/03/22 11:30    수정: 2012/03/22 14:35

김동현

올해 상반기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과 '디아블로3'(이하 디아3)의 맞대결을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의 악연이 또 한 번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는 리니지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악연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이들의 대결은 국내는 물론 북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악연의 첫 단추는 리니지2와 WOW의 경쟁이었다. 당시 2004년 북미 진출을 시작한 리니지2는 정보 공개로 떠들썩한 WOW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함께 진출한 시티 오브 히어로즈도 마찬가지였다. 엔씨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게임들이었다.

2004년 11월 WOW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정식 맞대결이 펼쳐졌고 결과는 엔씨소프트의 패배였다. 길드워와 리니지2, 시티 오브 히어로즈 모두 어느 정도 선방은 했지만 북미 평가에서 큰 차이를 기록한 것. 이때부터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의 악연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WOW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국내에서 출시된 대부분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 평가 절하되는 기염을 토하게 만들었다. 엔씨소프트 역시 길드워를 비롯해 시티 오브 히어로즈의 국내 서비스에 영향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2007년 7월 열린 E3 행사장에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북미와 유럽에서 길드워-시티오브히어로즈 두 게임으로 교두보 마련에 성공한 엔씨소프트가 전 세계를 겨냥한 대작 MMORPG를 처음 공개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7년 블리자드는 아이온 공개 전에 이미 ‘불타는 성전’ 대규모 확장팩을 선보이며 전 세계를 ‘WOW’의 성지로 만들어버렸으며, 2007년 10월 블리즈컨에서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을 공개하며 마지막까지 엔씨소프트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11월 아이온이 서비스를 시작하며 국내 모든 게임의 기록을 갈아 치우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아이온은 최고 동시접속자 24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당시 애널리스트와 언론에서 크게 다룬 부분이다.

이때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출시되면서 또 한 번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서는 WOW를 아이온이 잡는 반전 결과가 나오면서 이용자들의 찬반논쟁까지 불거졌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MMORPG의 탄생이기도 하다.

2008년은 블소와 디아3의 첫 공개로 떠들썩한 한해였다. 2008년 6월 디아3가 월드와이드인비테이셔널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대응이라도 하듯 엔씨소프트가 8월 당시 ‘프로젝트M’으로 블소를 선보였다. 이 둘의 대결은 연말까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후 아이온의 확장은 다음 해인 2009년 4월 중국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7월 일본, 대만 서비스에 들어가고 9월 북미, 유럽, 그리고 12월 러시아까지 나갔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 시장 내 WOW의 아성에 엔씨소프트는 다른 카드를 꺼내게 만든다.

2010년 5월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의 또 다른 반격을 다룬 ‘용계진격’ 업데이트를 감행한다. 당시 2월 정보를 꺼냈던 시기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의 비공개 테스트 시작과 겹쳤다. 용계진격 업데이트 이후 7월 스타크래프트2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

당시 스타크래프트2는 WOW 유료 계정 이용자라면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파격적 서비스 형태를 띄고 있었으며, 1억 원 상금을 건 게임 리그 개최 등 우리나라를 겨냥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게임 이용자는 물론 언론의 이목까지 모두 빼앗는 저력을 발휘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맞불을 놨다. 2010년 10월 ‘황금데바 신드롬’ 대규모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게임스컴, 팍스 등 대규모 게임쇼에서 북미, 유럽 시장을 겨냥한 길드워2를 선보이며 WOW를 꺾을 차세대 MMORPG로 주목을 받는다. 당시 현장의 뜨거운 반응은 큰 화제가 됐다.

또한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는 2010년 지스타에 참가해 맞대결을 펼쳤다. 엔씨소프트는 블소 시연 버전을 메인으로 내세웠으며, 블리자드 역시 디아3 시연 버전을 꺼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언론과 이용자들의 반응은 블소에 손을 들어줬다.

그 이후에도 블소와 디아3는 계속 묶이며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의 악연을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이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옮기며 확장됐다. 길드워2와 블소를 내세운 엔씨소프트는 작년과 올해 꾸준한 프로모션을 전개해 자리 잡기에 나섰다.

특히 작년 8월 진행된 블소의 2차 테스트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 탈환을 비롯해 한 달 넘게 화제를 몰며 대규모 확장팩의 애매한 반응으로 갈팡질팡 흔들리던 WOW에 비수를 꼽게 된다. 길드워2 역시 각종 게임쇼에서 등장, 차세대 MMORPG 입지를 돈독히 한다.

디아3도 북미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디아앓이’에 빠진 이용자들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국내에서는 디아3의 국내 테스트 일정을 예측하는 내용과 출시일정 관련 소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초는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의 악연의 끝을 보는 시기였다. 북미, 유럽을 겨냥한 길드워2의 베타 테스트가 공개됐으며, 블소의 3차 테스트 및 상반기 내 공개 서비스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맞대결은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물러나지도 않을 기세다.

블리자드는 디아3의 출시일을 5월15일로 확정하고 국내 베타 테스트 준비에 착수했다. 디지털 버전 예약 판매도 들어갔고 PC방 및 패키지 유통에 대한 부분도 정리가 됐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올해는 블리자드 역사상 가장 바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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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전망된 블소의 3차 테스트는 4월이 유력하다. 디아3의 국내 베타 테스트 역시 4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게임은 다음 달 가벼운 연습경기를 한 번 가진 후 5월 이후로 본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블소는 6월 경 공개 서비스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악연을 넘어 애증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엔씨소프트-블리자드의 신작 맞대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