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문화가 경쟁력이다

이재석입력 :2012/03/19 08:17

이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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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통행이 몸에 밴 구성원들만 있다면 좁은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부딪히고 시비 붙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로가 혼잡해도 신호등을 잘 지키는 교통문화가 정착돼 있으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감소하게 된다. 구성원끼리 발전된 문화를 공유하면 사회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성장과 발전하는데 있어 ‘문화’가 중요하다. 기업 구성원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조직에 내재돼 있는 공유된 행동양식은 잘 지켜지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문화는 시대 상황에 따라 기준이 변화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던 70~80년대에는 거의 일생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의 문화 확보가 중요했다. 하지만 IMF 이후부터는 평생직장이 평생직종 개념으로 바뀌면서 기업문화보다는 연봉과 복지제도 같은 단기적인 혜택이 더 우선시됐다. 최근에는 더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이른바 사회적 평판이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장 관점에서도 차별화된 기업문화는 소비자를 끌어 들이는 강력한 유인이다. 과거 공급이 부족했던 생산자 위주 시장에서는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렸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기업문화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업문화가 상품을 구매하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애플의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폭스콘사에서 근로자들을 착취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세계적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즉 상품이 좋더라도 기업문화가 소비자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업문화...교육이 열쇠

기업문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경쟁요소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요소에는 정보나 지식, 자본, 기술, 기업문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기업문화를 제외한 모든 요소는 물질적 비용으로 사거나 전문인력을 영입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문화는 기업의 생산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 무형자산으로 단순한 자본 투자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기술이나 정보 격차와 다르게 문화적 격차는 쉽게 좁히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서 비롯된다. ‘교(敎)’는 이미 다른 사람이 밝혀 놓은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고, ‘육(育)’은 남에게 배우는 게 아니라 자기 안의 재능을 발견하고 가꾸는 개념이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교’가 중요하지만 경제적 풍요를 일정이상 갖춘 이후에는 ‘육’의 실현이 필요하다. 사회가 이미 개도국 시절을 지났는데 우리나라 공교육은 아직 ‘교’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문화적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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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하는 교육도 이미 누가 익혀 놓은 기술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는 ‘교’에 치중되어 있다. 축구에 비유하면 ‘교’ 수준의 구성원은 공만 쫓는 선수이고, ‘육’ 수준의 구성원은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히 이해하고 경기를 장악하는 주도적인 선수인 셈이다.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경쟁력은 ‘육’, 즉 자기 주도적인 자세를 얻는 것이다.

IT 기업의 경우 문화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혁신적인 트렌드를 끌어내야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의 특성상, 구성원 스스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기업문화는 원활한 기업 경영은 물론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워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