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휴대폰 기만적 할인 판매, 과징금 457억"

일반입력 :2012/03/15 12:01    수정: 2012/03/15 12:38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이동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 3사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15일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SK텔레콤, KT, LGU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 3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53억3천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신사 중심 휴대폰 유통구조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휴대폰 제조사가 대리점에 휴대폰을 직접 유통하는 것을 방해한 SK텔레콤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4천만원을 부과했다.

 

■휴대폰 보조금 지급, 기존 관행은?

 

통신 3사는 제조사로부터 휴대폰을 구매해 통신 대리점에 직접 유통한다. 이 때 소비자는 이통 서비스에 가입할 때 인기있는 휴대폰을 판매하면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통신사를 선호한다.

 

통신 3사는 관행적으로 휴대폰을 직접 유통하지만, 판매 마진을 수취하지 않고 요금 수익으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휴대폰 구입비용을 낮췄다. 이에 통신3사가 대리점에 판매하는 휴대폰의 출고가는 제조사로부터 구입한 공급가에 판매마진 없이 2만~5만원의 물류비용만 포함한 가격으로 결정해왔다.

 

공정위는 2008년 이후 방통위 보조금 규제가 폐지되고, 외산휴대폰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간 경쟁뿐 아니라 제조사간 경쟁도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 3사는 보조금이 많은 휴대폰이 소비자 유인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용해, 기존 관행과 달리 보조금을 감안해 휴대폰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가격을 부풀려 마련한 보조금을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 지급했다.

 

■출고가 부풀리기, 공급가 부풀리기

 

공정위가 밝힌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 유형은 통신사가 주도한 출고가 부풀리기와 제조사가 주도한 공급가 부풀리기 2가지 유형이 있다.

 

출고가 부풀리기의 경우, 통신 3사는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2008년부터 3년간 총 44개 휴대폰에 대해 향후 지급할 보조금을 감안해 공급가에 비해 출고가를 현저히 높게 책정하고, 출고가와 공급가의 차이에 애당하는 금액을 보조금 지급에 활용했다. 44개 휴대폰은 SK텔레콤이 26종, KT가 4종, LGU플러스가 14종이다.

 

공정위는 “제조3사가 출고가가 높은 경우 소비자에게 고가 휴대폰 이미지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통신사에 공급가와 괴리된 높은 출고가를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휴대폰은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출고가가 공개되고, 소비자는 휴대폰 출고가가 높을수록 고성능 제품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공급가 부풀리기의 경우, 제조3사는 통신사와 협의를 통해 2008년부터 3년간 총 209개 휴대폰 모델에 향후 지급할 보조금을 감안해 공급가를 높게 책정하고, 공급가를 부풀려 마련한 보조금을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했다.

 

삼성전자가 90종, LG전자가 69종, 팬택이 50종으로 총 209개 휴대폰 모델이 이에 해당한다. 209개 휴대폰 모델 장려금 지급액은 23만4천원이며, 공급가 대비 장려금 비중은 40.3%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신사와 제조사 모두 보조금 비용을 휴대폰 가격에 전가해 실질적 부담이 없고, 이같은 마케팅 방식이 소비자 유인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일치해 공급가가 부풀려지는 것을 용인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소비자 신뢰 악용한 착시 마케팅”

 

공정위는 휴대폰과 이통서비스가 결합된 판매방식만 존재하는 현행구조에서 소비자는 휴대폰 가격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휴대폰 가격 투명성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조에서 통신사와 제조사의 기존관행과 달리 휴대폰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성한 보조금을 지급해 실질적인 할인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는 소비자는 통신요금수익에 기반한 보조금을 지급받아 고가의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는 것으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이러한 착시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제조사의 내부 문서와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한 휴대폰 제조사 내부 문서에 따르면, 공급 가격 대비 비싼 가격으로 명목 출고가를 책정하고, 명목 출고가와 공급가 차이를 활용해 높은 보조금 규모를 운영하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또 높은 보조금을 활용해 해지 고객에게 고비용의 위약금을 부과해 해지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판매 정책으로 운영한다는 내용도 이 문서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 실질적인 혜택이 없음에도 명목상 보조금이 발생했고, 실질 구매가를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또 소비자 자신의 통신 이용 패턴과 관계 없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문제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SKT, 삼성전자 휴대폰 직접유통 방해

 

공정위는 지난 2010년 2월 SKT 용으로 제작된 휴대폰을 삼성전자가 직접 유통하고자 한 것을 SK텔레콤이 20% 비율 미만으로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SK텔레콤을 거쳐 유통되는 휴대폰과 삼성전자가 직접 유통하는 휴대폰의 가격 경쟁을 직접적으로 제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해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SK텔레콤 휴대폰 유통사인 SK네트웍스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SK네트웍스가 제조사를 상대로 가격경쟁을 추진할 때 치킨케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지양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즉 이같은 경쟁 방해행위는 구조적으로 통신사 주도의 유통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유통채널간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부당고객유인행위, 과징금 총 457억7천만원”

 

이에 공정위는 가격 부풀리기를 통한 장려금 지급 행위를 금지하고, 통신 3사에 공급가와 출고가 차이내역을 제조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

 

또 과징금은 SK텔레콤에 202억5천만원. KT에 51억4천만원, LGU플러스는 29억8천만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142억8천만원, LG전자는 21억8천만원, 팬택은 5억원이다.

 

SK텔레콤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4억4천만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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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관계자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마치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며 “이번 조치로 휴대폰 가격 거품이 사라지고 가계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