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 스마트TV 2라운드 격돌할까?

일반입력 :2012/03/14 13:57    수정: 2012/03/14 16:25

남혜현 기자

IPTV에 안드로이드 OS 도입이 가시화 되면서, 이통사와 가전 제조업체간 스마트TV 전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을 차단한 이후 스마트TV를 둘러싸고 전자업계와 통신업계가 또 한번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를 비롯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IPTV 사업자들이 일제히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 도입을 추진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T다. KT는 이르면 상반기 중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셋톱박스를 자사 IPTV 가입자에게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셋톱박스 외에 USB나 클라우드를 통한 OS 지원도 검토한다. KT가 지난달 삼성전자 스마트TV를 견제한 이면에는 이러한 사업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K브로드밴드는 스마트 셋톱 도입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TV 시장서 구글 OS 지원이 대세로 인식되면서 IPTV도 이를 따라가는 가운데, 출시 시점을 조절해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면엔 KT의 실험을 본 후 투자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셋톱박스 출시는 검토 중이지만 올해 출시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성능은 두 배 개선하고 가격은 내린 새 스마트 셋톱을 하반기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 셋톱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란 답변을 내놨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LG CNS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셋톱박스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자사가 서비스하는 스마트폰·태블릿과 연동하는 N스크린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신사, IPTV에 ‘안드로이드’ 관심 갖는 이유

IPTV에 안드로이드 셋톱이 지원될 경우, 사용자 입장에선 기존 스마트TV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 검색이나 지난 방송 프로그램 찾아보기(VOD) 같은 서비스를 IPTV가 제공하는 데다, 안드로이드 셋톱을 지원할 경우 TV용 애플리케이션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IPTV 서비스에 안드로이드 셋톱박스를 지원하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굵직굵직한 방향이 스마트TV와 유사해지는 거고, 그렇게 되면 경쟁 관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V 산업을 바라보는 이통사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TV가 제공하는 기능을 통신사도 셋톱박스를 통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망사업자와 단말기 업체는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공존했다. 그러나 이같은 관계가 최근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이 차세대 TV의 핵심 기능으로 지목되며 경쟁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KT가 삼성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KT는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 전송이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해 다른 인터넷 이용자들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통신사 입장에선 스마트TV에 대한 노하우도 있다. 지난 2010년 LG유플러스는 스마트 TV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 세븐'을 셋톱 박스로 출시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 이름이 사라졌지만, 7가지 핵심 기능들은 자사 유플러스 TV에 적용해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들이 점점 대용량화 되어 가면서 기존 셋톱으로는 한계가 오게 될 것이라며 별도 셋톱이나 서비스 도입을 통신사들이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LG 느긋할 수 있을까?

IPTV 뿐만 아니라, 국내 케이블 방송들도 안드로이드 셋톱 박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연초 CMB 대전방송이 LG CNS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셋톱을 도입한 데 이어, 상반기 중 수도권 최대 케이블TV 방송사인 CNM도 유사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결국 별도 케이블TV나 IPTV 등에 가입하지 않고는 방송 수신이 거의 불가능한 국내 TV 수신환경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 입장에선 대형 스마트 TV를 살 때 한 번, TV 요금제에 가입할 때 한 번 '스마트 기능'에 대한 돈을 중복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IPTV와 케이블 업체가 셋톱박스를 통해 스마트 기능을 지원한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고가 TV를 구매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나 국내 TV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삼성과 LG는 올해 출시한 대형 평판TV 대부분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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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관계자는 경쟁 구도가 될 수 있으나 승부는 콘텐츠에서 갈릴 것이라며 대형 화면에서 누가 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잘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모두 안드로이드 셋톱을 도입하게 되면 구글 앱스토어를 사용하거나 또는 공용 앱스토어를 출범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통사들은 콘텐츠 제공자라고 생각하기보다 플랫폼을 더 많이 보급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앱 개발에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