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의 달인' 애플, 무차별 난사 어디까지...

일반입력 :2012/03/10 10:51    수정: 2012/03/11 08:15

김태정 기자

애플이 시장이 아닌 법정서 날마다 적을 늘려간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 라이벌들은 물론 파산한 코닥에게 칼을 겨눴다가 망신당하는가 하면, 전자책 최강 아마존을 무시하는 발언까지 눈길을 끌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애플 특유의 오만이 다시 불거진 것이란 평가와 함께 당사자 뜻대로 만은 일이 풀리지 않는 것도 주목된다.

9일(이하 현지시간) 美 씨넷에 따르면 5곳의 출판업체들과 전자책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 정부에게 고발당한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는 아마존에 대한 ‘무시’로 가득하다.

애플은 “출판사들과 불법 담합을 할 정도로 아마존이 위협적이었다면 왜 (자사)아이패드에 ‘킨들(아마존 전자책)’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겠는가”며 “킨들이 우리에게 위협이라는 얘기는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출판사들과 공모해 ‘9.99달러 이하’라는 아마존식 전자책 가격을 올리려고 열을 낸 애플의 이 같은 답변은 ‘넌센스’ 수준이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아마존을 강적으로 생각했다.

잡스는 사망 전 자신의 전기 작가인 윌터 아이작슨에게 “아마존이 차지한 전자책 시장서의 지위를 끌어 내리겠다”며 “출판업자들에게 전자책 가격을 올리도록 하고 우리가 30%를 챙기겠다고 말했더니 그들도 좋다고 했다”고 말했었다.

씨넷은 “애플은 역사적으로 경쟁자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잘하기로 유명하다”며 “이를 통해 스스로를 변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또 파산한 이스트만코닥(이하 코닥)에게 특허료를 내라고 공격하다가 법원이 제동을 걸어 망신당했다. 미국 파산법이 파산보호 절차 중인 기업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금지했음에도 던진 무리수다.

8일 앨런 그로퍼 미국 파산보호법원 판사는 “코닥의 디지털카메라 기술이 우리 특허를 침해했기에 코닥을 제소하도록 허가 해 달라”는 애플의 지난달 신청을 기각했다.

두 회사 간 분쟁이 된 기술은 디지털 카메라와 프린터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으로 사진을 미리 보는 내용이다. 흔히 사용하는 ‘사진 미리보기’ 기술의 주인을 가리자는 것.

코닥은 지난 2001년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특허를 쓰기 위해 각각 5억5천만달러(약 6천억원)와 4억1천400만달러(약 4천500억원)를 코닥에 넘기기로 지난 2009년 합의했다.

애플은 이를 피하기 위해 코닥을 공격했다가 통하지 않았고 새로운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준 코닥은 자산이 51억달러, 부채는 68억달러에 달한다. 애플은 시가총액 5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의 소송전을 위해서는 한국계 변호사 73명, 서류 검토원 20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한국어로 된 삼성전자 소송 관련 문서를 분석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한국계 신입 직원들은 소송과정에서 알게 되는 각종 영업비밀 및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이런 가운데 다우존스는 애플이 뒤에서는 삼성전자에 라이선스를 주고받은 형태로 합의를 보자고 ‘화해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애플은 모토로라, HTC 등과도 특허 소송이 치열하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시장서 끌어 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애플의 소송 사례를 보면 결과를 떠나서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적으로 삼은 상대도 IT 기업 뿐 아니라 유통, 엔터테인먼트, 금융, 관공서까지 다양하다.

지난 2009년 애플이 호주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를 상대로 벌인 소송이 대표 사례. 애플은 울워스의 새 로고가 자사의 사과모양 로고와 유사하다며 호주 법원에 상표등록 기각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울워스는 “아무리 봐도 우리 로고는 사과가 아니라 양배추나 호박”이라며 “사과는 정말 애플 소유인가?”라는 웃지 못 할 성명을 냈었다.

관련기사

이 같은 애플의 요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울워스는 여전히 양배추 혹은 호박과 유사한 로고를 잘 쓰는 중이다.

댄 버그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로스쿨 교수는 “애플의 소송 전쟁은 과거 계속 반복되는 데자뷰와 같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소송으로 애플을 내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