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TV는 있는데 왜 반값세탁기는 없을까?

일반입력 :2012/03/06 09:55    수정: 2012/03/06 10:03

봉성창 기자

IT 시장 전반에 반값 제품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최초 유통가를 중심으로 이벤트적인 성격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오히려 더욱 확산되는 양산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주로 TV, 태블릿, PC 등의 저가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제품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필요로 하는 기술 수준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한 이른바 ‘기술 과잉’ 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저가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가격적인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아주 잘 알고 있다. 특히 IT제품은 철저하게 기술력과 품질에 따라 가격이 차등된다. 그러나 IT업계에는 또 다른 말도 있다. 바로 ‘가성비(가격대 성능비의 줄임말)’다.

가령 TV는 제품 주기가 길고 마진이 그리 많지 않은 공산품이다. 세계 최대 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해당 사업부 이익률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가전업계는 마진폭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화면이 크고 새로운 기능을 많이 탑재해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고 높은 마진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 화면 크기 경쟁에서 최근에는 3D나 스마트TV로 이어졌다.

제조업체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어느덧 아파트 평수와 TV화면 인치는 같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3D와 스마트 역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요즘 TV는 100~2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린다. 제조원가를 감안하면 무조건 비싸다고 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TV 가격이 올라 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가전업체의 공급 전략은 드디어 한계에 부딛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아직도 3D나 스마트와 같은 새로운 기능을 낯설어 한다. 그 대신 32인치 크기의 HD급 화질로 TV 시청을 할 수 있는 불과 50~60만원짜리 저가 TV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실제 활용도에 따른 가성비만 보면 이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태블릿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3년전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제품이지만 현재는 글로벌 기업 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기업들까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태블릿에 대한 수요는 좀처럼 폭발하지 않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에 각종 제품이 쏟아졌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HP는 관련 사업정리와 함께 터치패드를 99달러까지 낮춰팔아 동이나는가 하면, 아마존은 킨들파이어를 아예 199달러에 내놓기도 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태블릿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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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역시 대표적인 기술 과잉 제품이다. 제품의 성능은 매년 큰 폭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PC를 사용하는 방식은 수년 전과 지금이 큰 차이가 없다. 그나마 게임 콘텐츠가 PC 수요를 꾸준히 이끌어왔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주춤하다. 즉, 인터넷, 영화 감상, 문서작성 등과 같은 간단한 작업은 3년전 PC로도 쾌적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술 과잉 제품을 구입하는데 있어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진다. TV, 태블릿, PC 등의 경우 저가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