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의 눈물…대만수준 중기 전락위기

일반입력 :2012/02/28 09:01    수정: 2012/02/28 09:17

송주영 기자

'단기간 내 퇴출 가능성은 낮지만 키몬다처럼 자산매각절차를 밟다가 대만수준의 중소반도체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D램업계 3위 엘피다의 법정관리 신청이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메모리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생존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27일 일본의 유일한 D램 업체 엘피다가 법정보호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엘피다가 D램 시장에서 당장 퇴출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D램 시황을 살펴봤을 때 투자여력이 낮아지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잃으며 서서히 시장 점유율이 낮은 소규모 업체로 전락할 높다는 예상이 나왔다.

■단기간 퇴출 가능성 낮아

엘피다는 지난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다음달 28일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도쿄지방법원에 회사갱생법 적용을 신청해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엘피다는 이날 믿고 있던 투자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다 동원했지만 오는 4월까지의 920억엔 차입금 상환이 어렵게 되자 결국 마지막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관련업계는 엘피다가 시장에서 단기간에 퇴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업계 5위였던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던 때와 비슷한 시나리오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 독일 정부는 키몬다 회생 의지가 크지 않았다.

D램 시황 악화 속에 정부 차원의 메모리 업체 육성에 대해 미련이 없었다. 키몬다는 결국 자산 매각을 통해 메모리 시장에서 사라졌다.

일본 정부는 단기간에 엘피다를 퇴출할 가능성은 낮다. 우선 도쿄지방법원에 제출한 법정관리신청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미 2009년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엘피다가 그대로 무너질 경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에다노 유키오 경제산업상이 지난 27일 한 발언에서도 엘피다에 대한 정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유키오 경제산업상은 “가능한 일본에 거점이 유지되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엘피다가 무너지더라도 일본 내 D램 업체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엘피다 점유율 선두업체가 가져올 전망

일본 정부의 지원을 예상해서인 듯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엘피다 파산보호신청에 대해 개인 소견을 전재로 “호재는 아닐 것”이라며 “엘피다가 살아난다면 경쟁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엘피다가 살아나더라도 하이닉스와 같은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점유율을 잃어가며 타이완 업체처럼 점유율이 낮아질 것으로도 전망됐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0년대 초반 과거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구조조정 속에 메모리업계 2위 업체로 우뚝 섰다.

이승우 신영증권 IT총괄은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엘피다는 하이닉스보다는 키몬다의 퇴출 경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가 2000년대 법정관리를 신청하던 당시는 PC 시장 호황기였다. 이 IT총괄은 “현재는 PC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대다가 현재의 채권단은 과거 JAL이라는 회사에 대해 적극적은 몸집 줄이기로 마무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엘피다도 자산 매각의 절차를 밟다가 키몬다처럼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면 지난 4분기 엘피다 시장 점유율은 12% 정도다. 이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점유율은 그대로 시장 1, 2위 업체인 우리나라 업체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D램을 구매하는 PC, 모바일 업체의 발길이 타이완 업체보다는 기술력이 앞선 우리나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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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엘피다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도 3위 업체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가 모바일 D램 점유율을 늘려가는 이 때 엘피다의 경쟁력 약화는 그대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 법정관리 신청은 단기적으로 호재”라며 “PC업체들에게 D램 구매에 나서게 할 수 있는 자극이 돼 D램 가격에 긍정적이고 엘피다가 모바일 D램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