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고개숙인 엘피다, "심려끼쳐 죄송"

일반입력 :2012/02/27 20:29

송주영 기자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사장이 결국 머리를 숙여 “심려를 끼치게 돼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27일 엘피다는 도쿄 지방법원에 회생을 위한 법정관리 신청서를 접수했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달 28일에는 도쿄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위기에까지 놓였다.

특히 지난 해 시장은 엘피다에게 가혹했다. 엘피다는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이어 D램업계 3위였지만 미세공정에서 뒤져 강인한 체력을 갖추지는 못한 상태에서 연타를 맞았다. 엔화는 고공행진이었고 D램 가격은 연일 하락했다.

자연재해마저 일어나 지난 해 3월에는 일본 지진, 10월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기지가 몰려 있는 태국 홍수도 겪었다. 특히 태국 홍수는 다른 D램업계에도 고통이었지만 자금난에 몰린 엘피다에게는 더 치명적이었다.

엘피다의 부채 총액은 4천480억엔이다. 이중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액수가 920억엔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실적은 부진해 회계연도 2011년(2011년 4월 1일~2012년 3월 31일)만 1천억엔이 넘는 순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엘피다는 지난 2009년에도 공적자금을 요청한 바 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300억엔을 출자했으며 미츠이스미토모, 미즈호 은행 등 4개 은행이 약 1천억엔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했다.

정부 투자 은행 등은 대출 연장을 전제한 채 엘피다에게 경영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대책을 요구했다.

갚아야 할 돈은 많고 손실이 계속되는 가운데 엘피다는 회사 경영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도시바, 마이크론 등 일본, 미국 메모리업체부터 타이완 업체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제휴 업체를 찾아 백방으로 뛰었다.

도시바는 냉랭했고 마이크론은 애플턴 CEO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엘피다와의 경영통합 협상을 진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피다는 결국 협상을 포기하고 도쿄 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내야 했다. 외신에 따르면 엘피다는 이날 오후 3시경 지방법원 신청서 접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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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다에게 위안이 된 것은 이날 일본 경제산업상의 말이다. 에다노 유키오 경제산업상은 일본 D램 산업에 대해 “중요하다”며 “가능한 일본에 거점이 유지되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엘피다는 “사업을 계속 하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유키오 경제산업상은 엘피다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라며 “국내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대책과 고용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