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페이스북 외면하는 이유?

일반입력 :2012/02/27 11:13    수정: 2012/02/27 11:25

정윤희 기자

애플과 페이스북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트위터와의 제휴는 공고해지고 페이스북과는 자존심 싸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애플이 내놓은 새 운영체제(OS) 마운틴라이언은 트위터 공유만을 지원한다. 마운틴라이언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바일 제품과 맥이 통합되는 OS다.

애플이 지난해 iOS5를 내놓으며 소셜미디어를 적극 아우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가입자 8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외면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 씨넷은 보도를 통해 애플의 새 OS 마운틴라이언에 페이스북이 아닌 트위터 공유만을 택한 배경에 제휴 과정에서의 갈등과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페이스북과의 제휴 시도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데다, 지속적으로 페이스북폰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모바일 생태계를 놓고 싸울 경쟁자로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페이스북, 엇갈린 제휴에 감정 싸움

애플과 페이스북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지난 2010년 애플의 음악SNS 핑(Ping) 제휴 때부터다. 당초 핑에 페이스북 연동 기능을 제공하려던 애플은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꿔 트위터를 택했다.

당시 CEO였던 故스티브 잡스는 “페이스북이 핑 통합에 대해 ‘고약한 조건’을 내걸었다”며 “우리는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지난해 HP의 태블릿PC 터치패드로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초 페이스북은 첫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애플 아이패드 전용으로 공개키로 했다. 그러나 HP가 페이스북 앱의 터치패드 선출시를 추진하면서 잡스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이 뒤늦게 터치패드용 앱 개발을 중단하고 상황을 만회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애플은 이후 소셜미디어 파트너로 트위터를 낙점하고 현재까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iOS5가 나왔을 당시 애플 연동으로 인해 신규 등록자가 2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모바일 생태계 군침…애플, 경계?

페이스북은 기존에 보유한 8억명의 데이터만으로도 경쟁사에 위협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오픈그래프를 선보이며 자체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페이스북폰에 대한 루머가 흘러나오는 점도 두 회사 관계에는 악재다. 페이스북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설 경우 애플로서는 또 다른 경쟁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HTC 등 제조사와 손잡고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페이스북폰을 내놓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심지어 해당 폰에 미국 TV쇼에 나오는 뱀파이어 사냥꾼(Buffy The Vampire Slayer) 이름을 딴 ‘버피(Buffy)’라는 코드명이 붙었으며 앱플랫폼으로 HTML5를 지원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당장 페이스북이 애플 아이폰과 경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향후 내놓을 모바일 전략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페이스북폰 개발 프로젝트는 브렛 테일러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입장에서는 페이스북 연동을 수익적 측면을 따졌을 때 큰 혜택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애플과 손잡을 경우 유입 채널이 늘어나고 광고노출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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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애플과 페이스북이 영원히 척을 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맥의 최신버전 I포토에서 페이스북 연동을 지원하는가 하면, 지금도 지속해서 다음 버전 iOS에 페이스북 공유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씨넷의 벤 파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커버그 CEO는 향후 애플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애플 입장에서도 당장은 페이스북 연동이 필요치 않다고 해도 장기적인 이용자 편의 관점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