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 vs 애플 스마트"

일반입력 :2012/02/20 12:00    수정: 2012/02/20 12:06

남혜현 기자

스마트가 어느덧 우리 삶 깊숙이 침투했다.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 TV, 냉장고, 세탁기까지 ‘스마트’라는 이름을 달지 않은 신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조업체들도 스마트를 마케팅의 맨 앞줄에 내세웠다. 삼성이 올해 가장 처음 발표한 가전제품은 ‘스마트 에어컨Q’다. 브랜드 이름에 ‘하우젠’을 버리고 ‘스마트’를 넣었다. 핵심 기능도 스마트폰과 연동해 제품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직접 ‘스마트’라는 말을 즐겨 쓰진 않지만, 이 열풍을 이끈 장본인은 애플이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을, 아이패드로 태블릿이란 장르를 만들어 냈다. 국내외 하드웨어 기업들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 것도 애플이다.

두 회사가 ‘스마트’로 먼저 전쟁을 시작한 분야는 스마트폰이다. 삼성과 애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4분기 기준 애플은 3천546만대, 삼성은 3천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두 회사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45%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이 두 회사의 최대 격전지일까? 아니다. 휴대폰으로 시작한 스마트 전쟁은 태블릿으로 확전됐다. 애플이 아이패드로 독주하는 이 시장에 삼성은 갤럭시탭 11.6 등 반전카드를 준비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PC, TV는 물론 생활가전까지 스마트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스마트' 전략은 같은 듯 다르다. 무선으로 기기를 연결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방식은 차이가 있다. 삼성은 디지털리빙네트워크얼라이언스(DLNA)를 기반으로 기기간, 기기와 외부를 연결한다면 애플은 각 가전의 소프트웨어(운영체제·OS)를 하나로 묶는다.

■삼성 “네트워크로 잇는 가전 월드”

“삼성전자는 향후 스마트 네트워크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기간의 연결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해 스마트가전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홍창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제시한 가전 전략이다. 당시 삼성은 냉장고에서 곧바로 인터넷 쇼핑몰에 연결, 장을 봐서 배달시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냉장고는 인터넷으로 가전을 연결하는 신호탄이었다. 삼성전자는 향후 세탁기 에어컨 등 자체 개발하는 모든 가전을 네트워크로 잇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모든 가전은 8~10인치 LCD 창을 달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가전을 작동시키고, 스마트TV의 콘텐츠를 가전의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기술의 핵심은 '스마트홈넷'이다. 스마트폰, 와이파이 무선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 핵심 기술을 가전에 결합하고 이를 ▲스마트 터치 ▲스마트 컨트롤 ▲스마트 세이브 ▲스마트 매니저 ▲스마트 쇼핑 ▲스마트 앱스 등 6대 요소에 적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시계를 5년 전으로만 돌려도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계속 쏟아낸다. 바로 '콘텐츠'다. 삼성은 몇해전부터 국내외 주요 콘텐츠업체들과 손잡고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스마트TV 전용 콘텐츠 육성을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회'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삼성의 전략은 자체 단말기 소프트웨어(운영체제·OS)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모바일 전용 OS인 '바다'를 개발, 공개하긴 했지만 아직 휴대폰에서조차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수준이다. 똑같은 '스마트'이나 삼성이 애플과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물론 삼성도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할 수 있도록 OS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미디어솔루션센터가 협업하는 형태로 조직을 운영할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다. 게다가 N스크린의 핵심 사업인 PC는 아직 윈도 기반이다. 당분간 삼성은 '스마트 가전'을 네트워크 연결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플 iOS, PC넘어 TV까지

애플의 전략은 OS 통합이다. 아이폰의 경험을 아이패드, 맥킨토시, TV로 옮긴다는 것이다. 생태계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한 아이폰 때문에 애플의 향후 전략은 모든 경쟁업체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애플은 지난 16일 매킨토시 컴퓨터의 새 운영체제 '마운틴 라이언' 개발자판을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OS 업데이트가 아니다. 애플은 이를 통해 PC와 모바일의 통합 전략을 제시했다.

마운틴 라이언은 맥OS 중 처음으로 아이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앱을 맥으로도 손쉽게 통합할 수 있을 전망이다. OS가 통합된다는 것은, 아이폰의 앱을 맥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폰 사용자가 늘어난 2년전부터 전 세계 PC 시장에서 맥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OS 통합 후 PC시장서 애플의 파괴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같은 OS 통합을 모바일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연내 애플TV 출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선수가 링 위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경쟁자들은 애플TV에 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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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TV 역시 OS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고(故) 스티브 잡스의 타계 시점에 맞춰 나온 자서전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전기를 집필한 아이작은은 잡스가 아주 사용하기 쉽고 애플의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와 통합된 TV에 대해 언급했다며 잡스는 결국 그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스마트'는 이제 단순한 마케팅 어구가 아닌 현실이 됐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화를 TV의 대형화면에서 보고 싶어한다. 냉장고에서 장을 보고, TV에서 쇼핑을 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단말기=인터넷 지원'이란 공식을 따른다.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회사마다 다를 뿐이다.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가전업체들이 보여주는 비전과 소비자들의 선택은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