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셜커머스, 회초리만이 능사인가?

기자수첩입력 :2012/02/16 11:43    수정: 2012/02/16 17:40

봉성창 기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소셜커머스 업계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 14일 공정위가 중심이 돼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것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보면 ▲미사용 쿠폰에 대한 70% 포인트 환급 ▲판매자 귀책 사유 및 짝퉁 판매에 의한 환불시 110% 보상 ▲할인율 과장 표시 근절 및 구체적인 산정근거 제시 등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자율준수 협약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소셜커머스 업계도 당장은 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소셜커머스 산업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잖다. 단적으로 협약을 맺은 5개 업체는 매출이나 인지도 면에서 국내 대표적인 소셜커머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분기 흑자를 단 한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소셜커머스가 지난 2년간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엿본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구성원들은 아직까지 벤처다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적어도 자율준수 가이드라인 협약을 맺은 소셜커머스 업체 중에는 수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뒷통수를 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사고는 물건을 공급하는 판매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혹은 전자상거래법에 대한 잘못한 해석으로 인해 벌어졌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아는 쿠폰은 대부분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다. 초기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A라는 식당의 B라는 메뉴를 판 것이 아니라 B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을 팔았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산업이 점점 커지면서 쿠폰 이외에도 공동구매와 유사한 할인 상품이나 여행 패키지 등 대상이 확대됐다. 이는 사실상 쿠폰이 아니라 상품이다.

결국 소셜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쿠폰이 아니라 상품을 파는 곳으로 변해갔다. 받지 못한 상품에 대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소셜커머스가 지나치게 외형 확대만 추구한 결과다.

이러한 소셜커머스 업체와 소비자의 인식 차에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한 고객 대응(CS) 역시 미숙했다. 결국 소셜커머스는 자율이라는 이름의 타율이나 다름없는 규제를 받게됐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소셜커머스가 우리 사회에 기여한 순기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도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2000년을 전후로 활성화된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판매자에게 공개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유통 경로를 단축시켜 물가를 낮추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소셜커머스는 이러한 전자상거래의 순기능을 외식 및 서비스 산업으로 확대해 정부도 못잡고 있는 체감물가를 낮추는 기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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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성장하는데 있어 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만큼의 진흥책도 뒷받침돼야 산업이 위축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

두 살 박이 사고뭉치 소셜커머스에게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었지만,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고쳐나가는 성장 과정에서 회초리 만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