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다 앱개발 대회 연기...웨이브3 탓?

일반입력 :2012/02/14 08:03    수정: 2012/02/14 08:33

삼성전자가 최근 총상금 2억6천만원이라는 액수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국내 바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공모전 일정을 1개월 늦춘 것으로 확인됐다. 신형 단말기 '웨이브3' 출시에 맞춰 무리하게 진행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조정했다는 평가다.

웨이브3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듭 출시를 미뤄온 첫번째 바다2.0 단말기다. 삼성전자가 개방형 플랫폼을 표방한 바다2.0으로 외부개발자들을 겨냥한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경쟁사에 비해 세심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바다 모바일앱 공모전은 바다2.0 운영체제(OS)용 API를 사용한 WVGA 해상도의 한국어판 앱을 출품하는 개발자 대회다. 삼성전자 앱 장터 등록절차 '삼성앱스' 인증을 통과하고 실제 판매까지 이뤄지는 앱을 심사 대상으로 친다.

공모전을 준비해온 일부 개발자들은 일정 초기부터 제출 기한이 촉박한데다 실제 단말기 테스트가 어려워 결과물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출품작이 검증을 통과해야만 심사를 받고 대회 출품작으로 인정이 되는데, 개발자가 만든 앱을 실제 기기로 테스트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란 얘기다. 바다2.0을 탑재한 첫 휴대폰 웨이브3는 최근 몇달째 국내 출시를 미뤄온 상태였다.

웨이브3는 삼성전자가 바다2.0을 탑재한 야심작으로 지난해 하반기 등장을 예고했다. 그런데 그 시점을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 이달중으로 미루다 지난 13일에야 출시 확정 소식을 알렸다. 그간 소프트웨어(SW) 최적화 마무리가 덜 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경쟁 플랫폼인 iOS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SW 완성도를 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다. 카카오톡 대신 자체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웨이브3에 기본 탑재하느라 늦어졌을 수도 있다. 망사업자 KT와의 조율 끝에 챗온은 기본탑재가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내려받아 설치하는 형태로 제공된다.

■단말기 없는 '바다2.0 앱'만 출품하라?

바다 모바일 앱 개발 대회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시작됐다. 올초 일부 참가자들은 웨이브3 단말기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바다2.0 플랫폼용 앱을 만들고 검증까지 마쳐 심사 대상으로 출품해야 하는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아이디 'sinrichi'라는 개발자는 지난달말 국내 바다 개발자 공식 포럼을 통해 인증절차 등을 생각하면 적어도 3월 초에는 (앱을) 제출해야 할 것 같고, 그러면 2월말 이전에 개발이 거의 끝나야 한다며 실제 개발이 가능한 시간은 1개월을 조금 넘는데 아직 실제 단말에서 테스트도 못 해보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고 썼다.

당시 출시도 안 된,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단말기로 어떻게 앱을 검증하고 제대로 출품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은 것이다. 기존 바다폰을 사용한 개발과 검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자가 바다 API 2.0 버전을 쓰려면 이를 쓸 수 있는 개발도구(SDK) 2.0로 앱을 만들어야 한다. SDK2.0 버전은 웨이브2 앱개발툴 SDK1.2와 구성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개발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SDK1.2로 만든 앱은 웨이브2 단말기로 실제 기기 검증이 가능하지만 SDK2.0로 만든 앱은 돌려볼 수 없다.

앞서 삼성전자는 공모전 설명회를 통해 기존 웨이브2 단말기도 바다2.0을 지원할 예정이라 해당 기기로도 개발과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웨이브2 단말기를 위한 바다2.0 업데이트는 최근까지도 배포되지 않았다. 다른 단말 제조사의 업그레이드 정책과 마찬가지로 새 모바일OS 업데이트 배포는 해당 플랫폼을 탑재한 단말기 출시와 맞물려 진행된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개발자 대회 운영 미숙

또 지난달말 아이디 'helldump'를 쓴 개발자는 포럼에서 웨이브3(출시)에 맞춰 공모전(진행)을 맞추고 싶은 삼성 마음은 알겠지만 이미 출시가 미뤄진 마당에 굳이 (심사 조건을) 바다2.0으로 고집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바다1.2 SDK와 2.0은 여러가지 조건이 다르다는데 뭔가 조치를 취해 주지 않으면 검증과 공모전 제출 때 좀 혼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바다 플랫폼과 삼성 앱 장터에서 판매, 검증을 해 본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한정된 시간과 실제 단말기 없이 새로운 버전의 개발툴로 작업하도록 잡힌 계획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결국 회사는 지난 10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 바다 앱 개발 공모전 제출기한이 (기존 3월15일에서) 오는 4월15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심사 기간(3월16일~5월5일→4월16일~5월5일), 결과 발표(4월5일→5월5일), 시상 진행(4월10일→5월10일) 일정도 기존 예정일보다 1개월씩 늦췄다.

또 심사 자격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삼성앱스 인증을 통과한 후 실제 판매중인 앱'이라는 조건에 더해 '신청기간 안에 4월30일까지 인증을 통과해 삼성 앱스에서 실제 판매되는 앱에만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대응은 회사측이 앞서 포럼에 내놓은 답변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서 웨이브3 출시가 늦어지면서 이를 제공해야 정상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바다2.0 앱 개발자 대회 일정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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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개발기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마감시점 인증통과'라는 기준이 다소 모호할 수 있어 이 부분을 보완했다며 4월15일 '제출'기준으로 바뀌었고 인증은 4월 말일까지 통과하면 수상여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말 바다 모바일 앱 공모전 담당자는 현재 웨이브3 사업자와 조율중인 웨이브3 국내 출시 일정에 맞춰 공모전 일정을 조절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웨이브3가 국내서 출시되는대로 개발자 지원센터 '오션'에 비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