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스마트TV 차단 ‘인터넷종량제’ 수순?

일반입력 :2012/02/10 17:52    수정: 2012/02/11 10:46

“스마트TV 사업자가 무단으로 가입자망을 이용함으로써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에 위반된다.”(KT)

“소비나 누구나 차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 스마트TV 데이터 사용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삼성전자)

규제의 일관성이 실종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오락가락 정책이 통신사업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10일 삼성의 스마트TV를 차단한 KT는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 금지행위 위반을 그 이유로, 삼성은 1월부터 시행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방통위 측은 “KT 행위의 발단이 된 망투자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망중립성 포럼 등을 통해 논의된 것”이라며 “이제 와서 단순한 사업자간 다툼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KT를 강력제재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였던 망투자비 분담과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에 대한 정책결정을 미루면서 초래된 ‘뒷북행정’이란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방통위의 갈지자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망이용대가, ‘인터넷+TV’는 망투자비 분담?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LG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 경쟁사인 하나로텔레콤에 가입자망을 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LG파워콤은 하나로텔레콤이 자사와 맺은 ‘전송망설비 제공 및 이용에 관한 협정서’ 내용과 달리 사전 협의 없이 유료부가서비스인 TV포털 ‘하나TV’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하나TV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통신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는 “LG파워콤은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접속차단행위를 중단하라”면서도 “양사는 이용대가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상호제공하고 1개월 내 이용대가 등에 조속히 합의하라”고 명령했다.

KT와 삼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스마트TV를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사업자로써 유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KT에 정당한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를 망중립성과 연관지어 ‘망투자비 분담’과 연관 짓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다만, 망이용대가는 과거 통신위원회가 명령한 것처럼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해 양사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면 된다.

이는 옛 정보통신부가 ‘인터넷+전화’인 인터넷전화 사업자에게 초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당 월 1천500원(현재 950원)의 망이용대가를 결정하고, 인터넷전화 사업자를 기간통신역무로 끌어들인 것과도 배치된다.

‘인터넷+전화’는 기간통신역무로 구분해놓고 이제 와서 ‘인터넷+TV’는 스마트TV로 규제의 틀에서 제외시키기는 것은 규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스마트TV 이용자 보호를 위해 차단해제를 사업자에 명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산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선순환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방통위의 역할이다.

방통위는 올해 ‘2012-2013 상호접속료 산정’에서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스마트TV를 근거로 망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터넷종량제 물 타기?

방통위의 갈지자 행보와 함께 삼성의 물 타기 전략도 업계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삼성은 스마트TV 접속 차단과 관련해 “KT가 ‘인터넷 종량제’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 밟기를 하고 있다”며 여론을 흔들고 있다.

KT가 기업을 대상으로 트래픽에 따른 망이용대가를 받는 종량제를 적용한 후에 이를 일반 이용자들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KT가 정액제 초고속인터넷을 종량제로 전환하려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거나 대체 서비스가 없어야 한다”며 “특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이미 전화와 방송(IPTV, 케이블TV)을 묶은 결합시장으로 전환됐고 케이블TV라는 강력한 대체사업자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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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고속인터넷은 이미 단일 상품이 아닌 스마트폰, 태블릿, IPTV, 전화 등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반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배척당할 수 있는 종량제 도입을 KT가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곳이 없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한 나라도 손꼽힐 정도”라며 “방통위가 IT강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마트 정책과 규제에 느림보 행보를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