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팹리스업체 취업형 연구센터 개설

일반입력 :2012/02/10 10:06    수정: 2012/02/10 10:06

손경호 기자

정부가 석박사급 아날로그반도체 전문인력을 교육시킨 후 팹리스전문업체 취업으로 연계시켜 주는 이른 바 '팹리스 고용연계형 연구센터'를 개설한다.

9일 정부와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올 가을부터 대학정보통신연구센터(ITRC) 사업을 통해 이 같은 연구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ITRC사업에는 연간 6억원~8억원의 정부 자금이 4년 동안 지원되고, 평가를 거쳐 2년간 추가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이미 재작년에 ITRC사업을 통해 서강대학교에 아날로그 IP 설계기술 연구센터가 들어섰으나 팹리스가 직접 고용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팹리스에서도 학생 1인당 2천만원 내·외의 추가자금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원은 실제 연구센터가 가동되는 가을학기부터 10명 정도를 지원하고, 그 뒤 봄 학기부터 약 20여명의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 인력가운데 가장 부족한 부분을 아날로그 반도체 연구인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소리·빛 등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로 AC/DC 컨버터와 같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거나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PMIC, 외부환경을 감지하는 센서칩 등으로 구성된다.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이 분야가 499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것은 센터를 통해 양성된 전문인력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눈 돌리지 않고, 국내 팹리스 기업에 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정부·업계는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지경부가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팹리스 재원이 투자되는 만큼, 이들 팹리스에 취업하지 않을 경우 학생에게 팹리스의 투자금을 되돌려 받는 방법 등이 기획단계에서 고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연구인력 중 가장 부족하다고 알려진 아날로그 설계인력을 양성해 팹리스 기업의 고용으로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사업이 내달 중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팹리스 기업쪽에서 먼저 이러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력관리칩(PMIC) 전문 팹리스 기업인 실리콘마이터스의 허염 사장은 “아날로그 반도체는 메모리나 AP와 같은 디지털 반도체와 달리 오래 일할수록 엔지니어로서 수명이 길어진다”며 “사업공고가 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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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반도체는 기존에 이미 확보돼 있는 자동화된 설계툴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짜고,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을 거친다. 따라서 기술이 발달될수록 이 분야 엔지니어들의 연구수명이 짧아진다. 15년된 엔지니어나 20년된 인력이나 해가 갈수록 기술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아날로그 반도체는 실제 소리와 빛, 전기 등의 아날로그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지경부는 최종 논의를 거쳐 내달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대학과 팹리스 기업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 사업자가 5월말~6월초에 확정되면 대학 내 센터설립 작업을 마치고 오는 3학기부터 팹리스 고용연계형 연구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