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⑤] “아이들과 소통해보셨나요?”

일반입력 :2012/02/08 10:46    수정: 2012/02/09 09:42

전하나 기자

[게임 바로보기⑤] 토종게임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

* 규제 속 韓게임, 외풍에 산산조각

* 아이들과 소통해보셨나요?

* 오바마식 게임 프렌들리…한국은 없다

김진숙씨는 게임문화교육강의를 시작한지 이제 갓 5개월을 넘긴 ‘새내기’ 선생님이다. 김씨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게임을 주제로 학교를 찾게 된 것은 방과후수업으로 진행되는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덕분이다.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해온 사업. 지난해에만 350여명의 게임문화교육 전문 강사들이 배출됐다. 김진숙씨도 이 중 한 명이다. 이제 첫발을 내딘 초보 교사지만 그는 강의 한학기만에 우수강사로 뽑혔다.

“비결이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물론 그에게도 초반 어려움은 있었다. 게임문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게임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린 아이들도 다 안다는 ‘앵그리버드’도 교재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고 할 정도로 게임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그렇지만 게임문화를 가르친다고 해서 반드시 게임을 잘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게임 이름이나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생활에서의 게임 문화를 설명하는 것이니 아이들과 통하기만 하면 어렵지 않아요.”

그는 자신도 아이들을 직접 만나면서 이전보다 달라진 생각이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게임은 아이들의 문화라는 점을 확실히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성인인 저도 집에 들어가면 텔레비전부터 켜는 것이 습관이고 하루종일 만지고 지겹다고 느낀 스마트폰도 계속 들여다 보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어른들과 환경과 관심사가 다를 뿐이죠. 게임은 골칫거리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아이들의 문화인 겁니다.”

그는 “동년배의 아이들이라도 자라온 환경, 지금 살고 있는 환경, 주변인들에 따라 생활 패턴이 많이 다르다”며 아이들이 지닌 개별성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모든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생활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단 설명이 덧붙었다.

“한 학급의 30명 중에선 게임에 몰입하는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습니다. 게중엔 게임을 좋아해서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친한 친구가 하니깐 게임하는 아이도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을 보지 않고 그냥 ‘아이들에게 게임은 무조건 안돼’라고 하는 건 방관에 가깝죠.”

이러한 일환으로 그는 학교폭력과 게임의 상관성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

“학교 폭력은 게임이라는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그릇된 자아실현 욕구가 표출된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는 시간, 게임 제목만을 조사할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거나 게임을 함께 하는 친구들과 그들의 특성 등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때 아닐까요?”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은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한 청소년 게임문화 교육사업이다. 지금까지 전국 1천500여개 초중학교에서 35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이 이뤄졌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조사결과는 각각 99%와 91%로 조사됐다. 교육효과도 높았다. 실제로 한학기 동안 방과 후 게임문화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용하고 있는 게임을 다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고 자발적으로 게임시간과 태도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였단 설명이다.

‘찾아가는 게임문화’ 교재 저자로 참여한 김양은 박사는 “게임문화교육은 아이들의 게임 이용습관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과정인 동시에 게임이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소통의 도구로 기능케 하는 교육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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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를 통해 게임문화교육 전문강사라는 일자리가 창출된 것 또한 주목할 일이다. 지난해 한콘진측이 게임문화교육 전문강사 350명을 공개 선발할 당시 지원 인원은 500명이 훌쩍 넘었다. 이중 기존 청소년지도·상담사로 일했던 이는 100명에 달한다.

한콘진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복지사, 청소년상담사와 같은 청소년관련 국가자격이 있었으나 이들 교육자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없었다”며 “게임문화교육 전문강사가 신규 일자리를 만들고 또 재고용을 가능케 한 점도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