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②] 오바마 대통령, 딸을 위해 게임 선물을...

일반입력 :2012/02/03 11:10    수정: 2012/02/06 10:43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내 게임 시장에선 산업 규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슷한 시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연구 자료와 책, 언론 보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게임산업 규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게임 산업의 진흥을 책임지는 문화부가 게임 산업 규제에 나선데 이어 관계부처도 아닌 여성부와 교육부 등은 게임과몰입을 마약 중독으로 규정하면서 셧다운제 등 각종 규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에 앞서 가장 큰 문제는 유독 국내만 색안경을 끼고 게임산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게임과몰입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한 기금 마련에 팔을 걷어붙일 뿐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법이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게임에 대한 어두운 부분만 들여보고 긍정적인 부분은 무시하는 것이다. 강제적 규제와 돈이면 게임의 부정적 부분이 모두 다 해결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외국에선 게임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게임의 밝은 면을 이용해 이종산업과의 균형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의 순기능과 교육, 헬스의 만남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 오바마식 게임 프랜들리 정책이 다시 급부상한 이유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공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게임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열린 ‘STEM 비디오 게임 챌린지’로 첫 포문을 열었다.

STEM 비디오 게임 챌린지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 개혁 사업 중 하나다. 게임을 통해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eneering), 수학(Math) 부문에 대해 동기 부여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아이들의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사업은 미 백악관이 기획하고 AMD, MS, ESA 등이 후원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를 비롯한 게임 IT 기업들이 이 대회를 돕기 위해 자선 단체를 설립했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영부인도 어린이의 건강을 위한 기능성 게임 개발에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미셸 오바마는 증가하는 아동비만 퇴치를 위해 시작한 ‘움직이자(Let's Move!)’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능성 게임 개발 대회 ‘건강한 아이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진두 지휘한 바 있다.

이 대회는 백악관과 농림부가 국가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소아비만의 위험성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미국 어린이들의 3분의 1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셸 오바마는 “요즘 아이들은 매일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 소아비만이 걸리기 쉽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더욱 쉽고 재밌게 소아비만을 막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마바식 게임 프랜들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을 맞아 두 딸의 선물로 닌텐도 게임 타이틀을 선택했다.

CBS AP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에 위치한 게임 판매점에 들려 직접 닌텐도 위(Wii)의 댄스게임 ‘저스트댄스3(Just Dance 3)’ 게임 타이틀을 구매했다고 떠들석하게 보도했다.

오바마는 “두 딸이 댄스게임을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게임 타이틀을 선택했다”며 “딸들의 권유로 게임을 해봤는데 계속 F를 기록했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게임 타이틀을 구매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은 오바마가 미국 내 게임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게임 타이틀을 의도적으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문화선진국인 미국 정부가 게임을 보는 시각이 단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면 국내는 문화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을 영화와 연극 등과 같은 문화콘텐츠로 인식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서다. 이는 편협한 생각을 가진 어른들이 많기에 가능했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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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좋은 시각으로 보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색안경을 끼고 게임을 바라보는 어른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어떤 산업이든 동전의 앞뒷면처럼 부정적 부분이 있다. 유독 게임만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학원폭력 등이 게임 하나 때문에 발생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며 “확실한 인과관계 없이 ‘게임=폭력’ ‘게임과몰입=마약 중독’이란 공식을 만들어낸 것은 편협한 생각으로 우리 정부가 오바마식 게임 프랜들리를 배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