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 '가상화 3.0', VM웨어와 장기전 선포

일반입력 :2012/01/27 14:02    수정: 2012/02/01 12:50

최근 레드햇이 넷앱, 시스코, 인텔, HP와 손잡고 진화된 가상화 기술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가상화(RHEV)' 3.0 버전을 조용히 선보였다. 지난 2년간 x86 가상화 맹주로 군림해온 VM웨어와 대항해나갈 실마리를 제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당시 한 외신은 시스템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대단한 인내심을 보여야 한다며 그 본보기로 마이크로소프트(MS) C#, 닷넷 런타임, SQL서버 데이터베이스(DB), 액티브디렉토리(AD)와 결합된 윈도기반 서버에서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하이퍼바이저를 관리하려는 기업들에게 몇년에 걸쳐 RHEV만을 제공한 레드햇을 추켜세웠다.

RHEV 3.0은 레드햇의 하이퍼바이저 '커널기반 가상머신(KVM)'에 기반한다. 이는 리눅스 부문 경쟁사인 캐노니컬의 우분투나 노벨의 수세리눅스도 활용하는 기술이며 물론 오픈소스다. 그 이름대로 KVM은 리눅스 커널의 일부 기능에 해당한다. KVM 가상화 환경에서 네트워크 스택과 파일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에게 개발과 관리 측면의 편의성, 효율성을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 더불어 VM웨어 v스피어 엔터프라이즈 기술과 ESXi 5.0 하이퍼바이저의 여러 기능을 동등하면서도 더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까지가 지난주 레드햇이 잠재 고객인 기업들을 앞에 두고 RHEV 3.0으로 누릴 수 있다고 제시한 '가상화 경험'의 브리핑 내용이다.

한국레드햇 컨설턴트 최원영 부장은 RHEV는 일반 오픈소스 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서브스크립션 방식이라 경쟁사들의 코어당 라이선스 가격에 비해 과금체계가 간편하다면서 다만 가상화 관리 기능을 포함한 오픈소스버전 오버트(Ovirt.org)는 공짜로 쓸 수 있고 RHEV는 하이퍼바이저를 아우르는 안정화된 관리기능을 부가가치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레드햇 가상화 '인고의 시간'

레드햇은 어떤 가상화 업체도 x86 시장에서 기존 RHEL서버 고객을 눈에 띄게 끌어들이진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폴 매리츠 VM웨어 최고경영자(CEO)가 v스피어 5.0 버전을 소개하며 인용한 통계치에 따르면 x86서버 절반이 VM웨어 기술에 기반해 가상화됐다. 반면 나빈 타다니 레드햇 가상화 비즈니스 담당 선임이사는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어떤 하이퍼바이저로 구성된 가상화 환경이든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로 돌아가는 서버 인스턴스는 1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어쩌면 현업 리눅스 서버 관리자들은 가상화 자체를 원치 않는게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윈도 관리자들에 비해 운영 최적화를 더 잘 하는 요령을 터득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도 있다. 슈퍼컴퓨터클러스터, 하둡 클러스터, 분산 메시징 시스템 등 가상화 없이 대규모로 리눅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그 근거다. 사실 이런 분야들은 일반적인 기업내 인프라에 비해 가상화 필요성이 떨어지고, 가상화에 필요한 추상화 계층때문에 떨어질 수 있는 시스템 성능에 예민하다.

그런데 타다니 선임이사는 기업들 가운데 45%는 한 인프라에 x86과 유닉스를 혼용한 2가지 하이퍼바이저를 쓰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다른 27%는 2가지 x86계열 하이퍼바이저를 쓸 계획을 갖고 있다며 시장에서 VM웨어를 대체할 기술에 대한 요구는 대단히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발언에는 VM웨어가 평정하지 못한 비가상화 RHEL 설치 환경이 레드햇에 최상의 기회란 기대가 깔렸다. 실제로 실무현장의 시스템에 RHEV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RHEL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기업 애플리케이션을 돌린다. 레드햇이 RHEL과 기존 윈도 서버를 함께 관리하기 위해 상업용 라이선스 버전의 KVM과 윈도시스템매니저를 쓰는 기업들에게 VM웨어 하이퍼바이저를 도입하는 대신 RHEV 업그레이드를 통해 가격과 성능상 이점을 입증한다면 승산이 있다.

■레드햇 리눅스, 가상화 공략의 트로이목마

RHEV 3.0 관리 콘솔은 C# 기반에서 제이보스 EAP 5 서버용 임베디드 버전에서 돌아가는 자바 기반으로 포팅됐다. 기업들은 MS AD와 레드햇 IPA가운데 입맛에 맞는 기술을 골라 사용자와 리소스 인증을 수행할 수 있다. 자료저장기술은 SQL서버가 아닌 오픈소스 DB 포스트그리SQL 8.4 버전이다. 레드햇은 RHEV 관리자 2.2 버전으로 다루는 윈도 기반 SQL서버상의 데이터를 RHEV 관리자 3.0 버전과 RHEL 서버 환경의 포스트그리SQL DB로 가져오는 도구를 제공한다. 실행중인 가상머신(VM)을 중단하지 않고도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외신은 이 회사가 이번 RHEV 3.0 업그레이드를 계기로 VM웨어에 타격을 줄만한 호기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싸움을 단번에 끝낼 수 없고, 필연적으로 지구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드햇은 고객사 수천곳을 기반으로 가상화시장에 들어섰고 실질적인 경쟁자 대열에 합류하려면 묵직한 사례를 얼마쯤 더 따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당장 레드햇이 데이터센터내 윈도 서버 운용체계(OS)로 돌아가는 가상화 인스턴스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는 VM웨어를 쫓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할 근거가 풍부하진 않다. 오히려 레드햇이 경쟁 가상화 기술들과 공존을 추구하면서 힘을 키워간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하이퍼바이저 수준에서 볼 때 VM웨어 'ESXi', 한때 레드햇도 후원했던 시트릭스의 오픈소스 '젠', MS '하이퍼V', 시트릭스와 수세리눅스를 만들던 노벨이 부분적으로 개발해 부실한 리눅스 인스턴스 등을 아우름으로써 사용 환경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이런 관측에 따라 회사는 VM웨어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준비 과정으로 잽을 날리면서 체력을 낭비하는 대신 오래오래 살아남아 조금씩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가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현실적인 목표치는 VM웨어가 차지한 지분의 20%를 깎아내는 것이다. 이는 레드햇 리눅스기반 서버를 사용중인 기업들 가운데 가상화 도입에 관심을 둔 잠재 고객들을 공략하겠단 속내다. 여기엔 RHEV 3.0 플랫폼이 서서히 시장에 자리잡도록 유도해 VM웨어를 압박할 것이란 계산이 깔렸다.

■RHEV 3.0 지원 성능은?

RHEV 3.0 정식판은 지난해말 출시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6.2 버전, 코드명 '산티아고'에 기반한다. 지난해 8월 베타 버전으로 나온 이후 RHEL 6.2의 커널, 스케줄러 최적화, 메모리관리 효율과 스토리지용 블록 입출력 성능 개선점을 이어받게 됐다. 레드햇은 새 RHEV관리자와 그 하이퍼바이저가 이전판 RHEL 5.5에 기반한 RHEV 2.2 버전보다 신기능, 버그수정, 향상점을 1천개 이상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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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EV는 RHEL 6.2 기반 환경에서 이론상 단일 인스턴스로 최대 4천96코어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인텔 제온 E7 10코어 프로세서를 8개 모두 꽂은 서버 환경을 가정할 때 호스트당 지원 가능한 논리적 CPU가 160개, 메모리가 2테라바이트(TB), 가상CPU가 512개다. VM 대당 가상CPU를 최대 64개까지, 가상메모리(vRAM)를 512GB까지 쓸 수 있다.

VM웨어 v스피어5.0 버전이 호스트당 지원하는 논리적CPU가 160개, 메모리가 2TB, 가상CPU가 512개로 동일하다. 다만 VM 대당 가상CPU를 기본 8개, 엔터프라이즈플러스 라이선스 사용시 32개까지 지원해 레드햇보다 떨어지는 반면 vRAM을 1TB까지 쓸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v스피어5.0로 구성할 수 있는 클러스터당 최대 호스트수는 32대로, 200대까지 가능한 RHEV3.0보다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