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한국 추진 디지털 교과서 시장 강타?

일반입력 :2012/01/21 09:57    수정: 2012/01/22 14:11

남혜현 기자

애플이 20일 '아이북스2'를 공개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20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모든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콘텐츠 플랫폼을 기획하고 하반기부터 개발에 들어간다.

플랫폼 형태는 20일 애플이 발표한 아이북스2와 유사할 전망이다. 출판사나 앱 기획사들이 콘텐츠를 개발해 플랫폼에 올려 놓으면 원하는 교사나 학생들이 이를 유·무료로 내려받아 수업에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단말기도 특정 브랜드나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KERIS는 특별한 성능저하나 콘텐츠 호환에 문제가 없다면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어떤 단말기도 사용할 수 있게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업계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본격 시작되는 2014년부터 교육용 단말기 및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 초중등학교 수는 약 1만2천여개, 학급수가 24만여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말기 업체로서는 군침을 흘릴만한 큰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애플 선제 공격 교육시장 커진다

애플이 20일 발표한 '아이북스2'도 교육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이북스2는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를 구현하는 양방향 디지털교과서로 애플 태블릿인 아이패드에 최적화됐다.

애플은 아이북스2를 통해 아이패드를 교과서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큰 무기는 방대한 콘텐츠. 애플에 따르면 앱스토어에 이미 2만개가 넘는 교육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다. 아이북스2와 함께 공개된 '아이북스 아서'는 교사들이 학습 환경에 맞는 앱을 스스로 만들어 올릴 수 있게 만들었다.

사용법도 쉽다. 스마트폰에서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는 것처럼 원하는 교육 관련 콘텐츠를 아이북스2에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이폰이란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이란 콘텐츠로 묶어낸 애플 생태계를 교육 환경에 그대로 녹여냈다.

미국선 이미 아이패드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은 150만대의 아이패드가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아이북스2를 통해 보다 상호작용이 강화된 교과서를 만들고 검색이 쉽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가격이 499달러(약 60만원)로 비싸다는 점을 감안, 콘텐츠 가격은 우선 15달러(2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종이책 값이 비싼 미국 현지 사정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애플은 이날 피어슨, 맥그로우 힐, 휴튼미플린 하코트 등 유력 출판사들과 손잡고 미국내 기존 고등학교 교과서의 90%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입장에선 우리나라도 주목할만한 시장이다. 업계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시작되면 PC를 구매해야 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비교적 가볍고 사용하기 쉬운 울트라북과 태블릿에 주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서 아이패드와 맥북에어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서 애플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이채기 이사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교사나 학부모들이 가벼운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태블릿의 경우 국내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일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교육 시장, 기업들 준비는?

정부는 2009 교육과정에 의해 오는 2014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부터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디지털 교과서가 일반 서책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도록 법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법이 개정되고 나면 출판사나 앱 개발사가 콘텐츠를 잘 유통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다만 단말기 부문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07년 시행한 시범학교의 경우 정부에서 HP와 후지쯔 태블릿PC를 구매, 무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가 전국 학교로 보급될 경우 예산 문제상 실질적으로 이같은 무상 지급이 힘들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KERIS 온라인수업평가부 정광훈 팀장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모든 학생들의 단말기를 지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소외계층이나 도서산간지역 등 일부 학생에 PC나 인터넷을 지원하는 사업만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단말기 구매는 개인에 맡기되 가능한 모든 단말기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할 수 있게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C업체들도 이러한 정부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시장 형성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교육박람회'에 사상 처음으로 참석했다. 전시한 제품들은 모두 스마트학교 솔루션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삼성전자는 행사내 홍보관을 마련 ▲교사와 학생간 양방향 수업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교실 존' ▲공간 제약을 넘어 학습과정의 효율적 운영을 지원하는 첨단제품 전시장 '스마트기기 존' 등을 일반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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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실 존은 대화면 3D 스마트 TV의 무선화면공유 기능을 통해 교사와 학생간 쌍방향 수업을 구현하고, 슬레이트 PC, 갤럭시 탭을 활용한 교사 첨삭지도, 학생발표 등 소통과 이동성이 강화된 열린 수업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교육박람회 참석이 정부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면서도 삼성이 기업(B2B) 시장에 올해 중점을 두고 있고, 의료같은 부문에서 갤럭시탭을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만큼 이를 교육에도 확대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