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은 회복 가능한 질병”

게임과몰입 환자, 소아보다 성인이 많아

일반입력 :2012/01/19 17:54    수정: 2012/01/19 19:06

전하나 기자

직장인 A씨는 흔히 말해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왔다. 직장 역시 주위의 부러움과 기대를 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모든 의욕을 상실한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의지할 것은 게임 밖에 없었다.

중앙대학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를 방문한 한 성인의 사례다. 치료센터는 그를 ‘공존질환’ 케이스로 분류했다. 근본적으로 우울증을 앓던 환자가 게임에 의존하면서 일종의 합병증을 겪게 됐다는 진단이다.

중앙대병원 신경정신과 한덕현 교수는 19일 치료센터 개소 6개월 성과 보고회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A환자의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가족치료, 그룹치료를 병행했더니 놀랍도록 일상생활에 대한 의욕을 회복했다”며 “이처럼 게임과몰입증상은 뇌가 손상을 입어서 손쓰기 어려운 마약이나 알콜 중독보다 악화됐다가 다시금 정상으로 돌아오는 유동적인 예후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원자를 바탕으로 한 통계치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게임과몰입 환자는 소아보다 A환자와 같이 20대 이상의 성인환자가 더 많다”고 밝혔다.

한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개소 이후 센터를 방문한 총 194명(외래환자 127명, 입원환자 25명, 체육치료 22명)의 환자 가운데 소아·청소년은 90명, 성인이 104명으로 집계됐다. 성인 중에서도 연령층은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치료센터는 게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게임과몰입에 특화된 최초의 전문 기관이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게임과몰입에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처방을 위해 지난해 6월 설립됐다. 기존의 상담센터와 달리 뇌기능검사를 비롯해 약물 및 장기 입원치료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 교수는 “치료센터는 병원이 가진 모델리티에 기반하고, 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면서도 “게임과몰입 치료는 환자의 자발성과 가족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스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와 가족이 치료에 협력한 사례가 치료 성과도 더 높았단 설명이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이영식 과장도 “게임과몰입과 관련한 여러 문제에서 부모는 가해자일 수도 있고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이들 모두 치료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치료센터는 현재 초기 단계인 게임과몰입 치료 연구를 10년 이상 다각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 교수는 “올해 부산·영호남 지역에 설립된 거점 센터와 다양한 치료법을 연계 운영,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며 “유의미한 의미와 결과를 차근차근 도출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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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발표회에는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방문해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김성덕 중앙대 의료원장, 한덕현 교수 등과 함께 센터 내 상담실, 입원치료실, 가상현실 치료실 등을 둘러봤다.

곽 차관은 “산업진흥을 고민하는 부처에서 게임의 사회적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면서 “치료센터와 같은 사업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게임업계도 한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