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 중견 게임개발사 활약 기대

일반입력 :2012/01/19 10:26

김동현

임진년 흑룡의 해를 바라보는 게임 업계의 시각은 두려움 그 자체다. '셧다운제'로 불리는 청소년보호법의 등장으로 속병을 겪고 있고 밖으로는 중국과 대만 등 신진 세력의 공습으로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하루아침에 변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알고 있으며, 높아진 수출 문턱과 경쟁 국가가 많아진 온라인, 모바일, 소셜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국가적 지원과 노력이 절실하다.

그중에서도 중견 개발사들의 활약은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이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유능한 개발사를 인수 합병하는 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견 개발사의 입지마저 그들의 모두 차지할 경우 국내 게임 시장 경쟁력은 계속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지금도 게임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중견 개발사들을 만나봤다. 그들의 한결 같은 생각은 중견 개발사에 대한 투자나 노력이 없다면 결국 국내 게임 시장은 외산 게임 업체들의 텃밭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종원 KOG 대표, “중견 개발사의 개성은 국내 게임 시장의 저력”

최근 신작 ‘파이터스클럽’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는 KOG의 이종원 대표는 중견 개발사의 힘은 ‘개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성 있는 게임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 게임 생태계에서 중견 개발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하며 중견 개발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랜드체이스와 엘소드 등 다수의 액션 게임을 성공 시키며 영향력 있는 중견 개발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KOG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효자 역할을 해온 대표 개발 업체다. 브라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 게임을 수출해 게임 한류를 이끌고 있다.

또한 개발자 수준 향상을 위한 세미나 개최부터 각종 사회공헌으로 지역 내 탄탄한 입지를 갖췄다. 그리고 액션 게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국내 게임 시장은 물론 외국에서도 통하는 다수의 신작을 보유했다.

이종원 대표가 언급한 개성은 성공작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게임 업계에서 중견 개발사가 가져야할 핵심 요소다. 참신한 시도와 뛰어난 아이디어로 게임 업계에 활력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

KOG가 만든 게임들이 성공작이 부족한 액션 게임 장르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는 부분도 중견 개발사가 가져야할 개성을 놓치지 않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장윤호 드림익스큐션 대표 “독립성을 높이는 개발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인기 게임 ‘워록’과 신작 ‘메이즈’를 개발 중인 드림익스큐션의 장윤호 대표는 중견 개발사가 발전하기 위한 개발투자가 없다면 독립성은 물론 경쟁에서도 뒤쳐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국내 온라인 게임의 성공사례가 줄어드는 것을 단순히 시장의 포화로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중견 개발사는 자신들의 성장을 위한 개발투자를 통해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드림익스큐션은 자체 개발엔진을 통한 워록 개발 및 서비스를 진행한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최신작 메이즈는 종전에 볼 수 없던 참신한 시도로 공개 이후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는 신작이다.

국내 게임 시장의 발전에서 중견 개발사는 독립 개발사만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에 맞춘 개발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작게는 개발사의 몰락, 크게는 국내 게임 시장의 질적 하락을 추구할 수 있다.

장윤호 대표는 “중견 개발사는 그 어떤 개발사보다 부지런해야 한다”며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개발투자는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용준 NSE엔터테인먼트 대표 “성공보다 완성도에 집착해야..”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수라 온라인’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큰 주목을 사고 있는 NSE엔터테인먼트의 엄용준 대표는 중견 개발사가 완성도를 추구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성공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완성도에 집중해야 한다”며 “중견 개발사들이 완성도를 추구하지 못하면 시장 전체적인 질이 하락된다”고 말했다.

수라온라인은 한국판 ‘디아블로’라는 별명으로 화제가 된 신작 온라인 게임이다. 쿼터뷰 형태의 고정 시점이지만 동양 판타지의 느낌을 살린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일러스트는 공개 이후 꾸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게임에서는 NSE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하는 완성도에 대한 부분을 잘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아이디어 자체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점은 중견 개발사가 퍼블리셔나 신생 개발사보다 추구해야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작게는 게임의 성공과 높은 수익을, 크게는 국내 게임 수준에 대한 기대감 상승과 호평 등으로 연결된다.

■중견 개발사에 대한 관심과 정부 차원 지원 필요

중견 개발사의 수장들은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많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책 마련으로 대형 개발사나 퍼블리셔에게 흡수되는 개발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개발사가 대형 퍼블리셔의 권한에 맞춰 독립성이나 자유성을 유지 못한다는 것은 국내 게임이 나아갈 기회를 발탁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중견 개발사들이 지금보다 좀 더 편하게 개발 및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더 많은 플랫폼을 바라보고 공략할 수 있는 시도 역시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나 모바일, 휴대용 게임기 등 여러 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원의 다양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중견 개발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관심과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하다”며 “그들이 국내 게임 시장의 빛이 되도록 많은 애정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