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벤처투자, 두려움은 없다”

일반입력 :2012/01/18 14:35    수정: 2012/01/20 13:54

정윤희 기자

‘한국은 벤처하기 어렵다.’

벌써 몇 년 째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그동안 벤처 환경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인력난, 자금난, 실패를 용납지 않는 문화 등 벽은 여전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벤처 기업가들이 투자회사와 손잡고 나섰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이 직접 멘토링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하나의 성공한 벤처기업이 나오려면 많은 도전이 필요한데, 이 같은 도전을 지원하겠다는 마음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스톤브릿지캐피탈, 인사이트벤처스가 합작해 만든 벤처 지원 기업이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선발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패스트트랙 최고운영책임자(COO) 헨리 최(한국명 최석원)를 만났다. 벤처 지원에 ‘CEO 오디션’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형식을 차용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에 따른 좀 더 구체적인 지원 계획도 물었다.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선발에서는 한두 명을 뽑고, 올해 안에 세 네 명의 CEO를 선발할 계획이에요. 패스트트랙의 스타트업 모델은 CEO가 운영과 실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CEO가 직접 개발자나 기획자 구하고, 돈 빌리러 다니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이라는 얘기죠. 나머지는 패스트트랙이 다 지원하게 됩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내세우는 장점은 네 가지다. 우선 노정석 대표나 신현성 대표같이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회사가 함께 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본금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인사이트벤처스를 통한 해외 진출의 용이함, 패스트트랙이라는 인큐베이터가 제공하는 HR, 마케팅, 회계 등의 인프라다.

“한국에는 뛰어난 인재가 많아요. 그런데 벤처는 아직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죠. 미국 투자회사인 인사이트벤처스가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을 아직 개발이 안 된 매우 큰 광산으로 보고 있어요.”

헨리는 한국 벤처 환경에 대해 ‘겨울’이라고 표현했다. 아직까지는 인력, 투자 등 환경 자체가 많이 얼어있다는 얘기다.

“가장 의문은 자기 아이디어로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대기업을 가려고 할까하는 거예요.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주변에서도 자기 아이디어로 벤처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 같더라고요.”

헨리 그 자신도 도전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구글에서 인턴십을 했고 미국 보수파 정책연구소 헤리티지 재단 등에서 일했다. 인턴 경험을 합치면 모두 6군데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자가 보기에는 모두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이었건만, 그는 “항상 뭔가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맞아요. 전부 크고 좋은 회사였어요. 퇴근도 빨리하고 복지 시스템도 잘돼있었죠. 그런데 막상 들어가 일을 하니 곧바로 지쳤어요. 창의적이고 싶었는데, 큰 기업일 경우 그런 것이 힘들었죠. ‘나’라는 사람이 이 회사에서 어디쯤에 있는 건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은 그의 개인적 경험이었다. 헨리는 “처음부터 도전적이지는 않았다”며 웃는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폐 사이에 암 세포가 생기는 큰 병을 앓고 1년 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는데 무엇이 두렵겠냐는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느낌을 경험했어요. 그때 생각이 바뀌었죠. 병이 완치되고 나서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무엇이든 도전해봐야죠. 만약 제가 2년간 사업하다가 망한다고 해서 그 2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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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패스트트랙아시아에 합류했다. 지금 당장 그의 목표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최소한 한 두 개의 벤처를 확실하게 안착시키는 것이다. 성공 모델이 나오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펀드를 형성하고,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할 생각이다.

“지금은 한국 시장에 가장 최적화된 아이디어를 찾고 있어요. 사실 이제 웬만한 사업 아이디어는 거의 나온 셈이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시장에 맞게 운영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분을 패스트트랙과 함께 할 CEO로 선발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