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할인마트 계산대 줄서기, 탈출법?

일반입력 :2012/01/18 08:42

<뉴욕(미국)=김우용 기자>대형 할인마트 계산대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선다. 정신없이 쇼핑을 할 때와 달리 계산을 기다리는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앞에 선 사람의 바구니에 가득찬 물건들을 볼 때는 영원히 내 차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고개를 돌려보면 계산대 숫자는 엄청나게 많지만, 점원이 서있는 곳보다 불 꺼진 계산대가 더 많다. 쓰지도 못할 계산대라면 차라리 내가 직접 하고 나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현재 유통IT분야의 화두는 셀프체크아웃 시스템이다. 유통 IT 솔루션 제공업체들은 크기를 줄이고, 속도와 활용성을 높여가면서 기술력을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의 대형 할인점들은 현재 계산대에 셀프체크아웃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점원에게 계산을 맡기지 않고, 고객이 직접 물건의 바코드를 스캔하고 돈을 계산하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고객이 더 빠르게 마트를 탈출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도 점차 셀프체크아웃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후지쯔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자비츠센터에서 열린 ‘제101회 미국소매협회(NRF) 컨벤션& 엑스포’에서 크기를 줄이고, 유연성을 강화한 새로운 셀프체크아웃 솔루션 유스캔 콤팩트(U-Scan Compact) 시스템을 선보였다. 기존보다 더 작고, 매장 환경에 맞게 다양한 크기로 제공된다.

세계적으로 셀프체크아웃이 가장 보편화된 곳은 미국이다. 대형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매장 계산대의 상당부분이 셀프체크아웃 코너로 만들어져있다. 일본도 지난 2~3년 사이 급속도로 셀프체크아웃이 확대됐다.

국내는 ‘셀프’란 용어가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란 인식을 주는 게 사실이다. 셀프 주유소가 국내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음에도 생각만큼 확대되지 못한 것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 탓이 컸다.

현재의 유통매장은 점원이 바코드 스캔부터 계산까지 모든 것을 제공한다. 고객은 결제만 하면 그만이다. 셀프체크아웃은 이런 과정을 고객이 직접 해야 한다. 서비스를 고려한다면 고객입장에서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도입 초기는 국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유타카 사사키 후지쯔 리테일&신제품사업부 디렉터는 “일본도 처음엔 사람들이 당연히 셀프체크아웃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머뭇거렸다”라며 “하지만 보급이 많아지면서 고객 눈에 점점 익고, 눈치빠르게 줄이 짧은 셀프체크아웃으로 가는 모습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점원이 계산대에 서있어도, 셀프가 비어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셀프체크아웃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당한 재미를 느껴 부모들을 셀프체크아웃으로 끌고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사키 디렉터는 소비자는 최대한 빠르게 계산대를 지나가길 원하며, 최대한 빠르게 매장에서 떠나고 싶어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계산처리 속도는 점원이 해주는 것이 셀프체크아웃보다 빠르다. 하지만, 줄이 길어지면, 셀프체크아웃이 더 빨라지는 현상을 보인다. 유통업체로서는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시간을 늘리고, 계산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매출 확대의 기회를 얻게 된다.

리처드 클라크 후지쯔 글로벌비즈니스그룹 글로벌리테일전략담당 부사장은 “셀프체크아웃은 고객에게 직접하라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게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점원 계산대와 셀프체크아웃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점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자유를 주고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셀프체크아웃이 단순히 인건비 절감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클라크 부사장은 점원수의 감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점원없이 24시간 계산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계산담당 점원을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로 바꿈으로써 전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프체크아웃은 공간을 더 적게 차지하므로, 매장 공간의 확대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애플스토어가 고객과 점원의 스킨십을 강조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둔 사례를 상기하게 한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때 제공하고, 구매상담까지 하는 점원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셀프체크아웃 시스템의 가격은 기존 POS장비보다 비싼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셀프체크아웃이 빠르게 퍼졌다는 사실은 도입효과를 이미 입증했다고 보게 하는 근거다.

사사키 디렉터는 “3년정도의 기간을 보면, 3년 간 인건비가 최초 기기 투자비용보다 많다”라며 “일본의 경우 3년간 비용을 계산하면 기기 가격을 3년 안에 상쇄하는 비용구조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클라크 부사장은 후지쯔의 셀프체크아웃 솔루션의 장점을 ▲시스템크기와 유연성 ▲타업체 POS장비와 통합 ▲통합 관리 등 세가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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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편의점같은 소형 매장부터 대형 할인점까지 환경에 맞춰 제공할 뿐 아니라, 후지쯔의 SW와 하드웨어를 타사의 POS와 결합할 수 있고, 매장 전체의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은 한국의 문화를 넘어, 자율성과 속도란 강점으로 국내도 셀프체크아웃이 확대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