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중단’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일반입력 :2012/01/16 21:47

정윤희 기자

케이블TV와 지상파 사이의 재송신 분쟁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오늘 오후 20시까지 KBS2 송출을 재개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들은 방송 중단을 이어갔다.

앞서 전국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오늘 오후 3시를 기해 KBS2에 대한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고화질(HD) 및 표준화질(SD)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들은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불응하고 내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때까지 송출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의 ‘밥그릇 싸움’에 애먼 시청자만 볼모로 잡혔다는 얘기다.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은 온 데 간 데 없다는 비난이 봇물이다. 오후 21시 30분 현재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시청자가 심심찮게 눈에 띄는 상태다.

방통위가 재송신 교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양측이 3년여에 걸쳐 법정 공방을 벌일 동안 방통위가 수수방관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케이블TV가 오늘 오후 20시까지 방송을 재개하라는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불응함으로써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한 차례 케이블TV에서 지상파 고화질(HD)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방통위는 케이블의 HD방송 송출 중단이 현실화되자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을 중재자로 양측의 추가 협상을 권고했으나, 2차례의 협장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끝내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방송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지난해 초부터 1년간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만 현실화시켰어도 오늘과 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케이블TV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천만원, 과태료 5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케이블TV가 시정명령 불이행할 경우에는 오는 18일 20시부터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케이블TV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과태료를 내렸지만 임시변통일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법제도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분쟁 일지

2006년 방송위원회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 구성

2007년 MBC-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 3사 콘텐츠료 협상 개시

2008년 지상파-IPTV 가입자당 280원 과금 협상 타결. 지상파-케이블 협상 결렬

2009년 9월 지상파3사, CJ헬로비전에 재송신 금지 가처분 소송(1심 기각)

2009년 11월 지상파3사, 티브로드 등 5대 케이블TV에 재송신 금지 민사본안 소송

2010년 1월 지상파3사, CJ헬로비전 가처분 소송 항고

2010년 9월 법원, 민사본안 지상파 저작권 인정. 간접강제 불인정(지상파 케이블 각각 항소)

2010년 10월 방통위, 제도개선 전담반 구성 운영 결정

2011년 4월 14일 MBC, KT스카이라이프 수도권 HD송출 중단(19일 협상 타결 및 방송재개)

2011년 4월 27일 SBS, KT스카이라이프 수도권 HD방송 중단

2011년 6월 법원, CJ헬로비전 신규 디지털 가입자 지상파 송출 중단 판결

2011년 6월 13일 SBS-스카이라이프 재송신료 협상 타결 및 방송 재개

2011년 7월 법원, 지상파-케이블 민사본안 2심 기각(지상파 대법원 상고). 지상파, CJ헬로비전에 간접강제 신청

2011년 10월 법원, CJ헬로비전에 대한 지상파 간접강제 신청 수용

2011년 11월 14일 케이블 협상 결렬시 24일 정오부터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 선언

2011년 11월 23일 방통위 지상파-케이블 대가산정 협의체 협상 결렬

2011년 11월 24일 케이블-지상파 협상 속개.

2011년 11월 28일 케이블-지상파 최종 협상 최종 결렬. 14시부터 지상파 디지털 HD방송(770만 가구) 송출 중단.

2011년 11월 30일 5대 MSO, SBS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소송 제기

2011년 12월 5일 방통위 권고. 케이블, 지상파 HD방송 재개

2011년 12월 21일 케이블, 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분쟁조정 신청

2011년 12월 지상파, CJ헬로비전 거래은행에 이행강제금 청구 요구

2012년 1월 5일 국회 문방위, 미디어렙법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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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1일 케이블, 지상파 HD-SD 방송 16일 전면 중단 결정

2012년 1월 16일 오후 3시 케이블, KBS2 HD-SD 전면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