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방송사 변신 실패"…원인과 교훈

일반입력 :2012/01/12 11:45    수정: 2012/01/13 10:24

마이크로소프트(MS)가 TV방송과 영화 콘텐츠를 가입형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을 계획했다가 최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반을 다져온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선 모양새지만 콘텐츠 업체들과의 제휴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미권 주요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각) 로이터 단독 보도를 인용, MS가 TV서비스를 위한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잠재적 파트너들과 1년 넘게 계획을 조율해 왔지만 포기했다고 전했다. 콘텐츠 공급 라이선스 비용이 너무 높아 MS가 기대했던 사업모델에 맞추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업체 임원 자격으로 MS의 계획에 관여했다고 밝힌 한 익명의 소식통은 MS가 '마이크로소프트TV'란 걸 만들고 이를 우리에게 시연한 뒤 콘텐츠 공급가격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걸 본 뒤 MS는 '우와, 비싸네'라더라고 말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MS는 관련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다.

'MS TV' 서비스는 초기버전부터 음성, 동작 인식을 통한 채널 바꾸기 등 향상된 기능을 품었다. MS는 온라인 영화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처럼 이용자들에게 지역 케이블 또는 위성TV 회사와 별개인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MS는 넷플릭스와 다르게 자사 서비스를 통해 재송신 개념의 콘텐츠가 아닌 실시간 네트워크 서비스로 방송을 보내려 했던 것이다. 이 계획이 협상테이블에서 콘텐츠 공급가격을 급등케한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MS는 그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당장 몇개월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기세로 열을 올린 상태였다.

지난 2009년말 방송콘텐츠를 주문형비디오(VOD)로 보여주는 윈도7 미디어센터 파트너십 행보도 비슷한 사례로 읽힌다. 당시 한국MS가 iMBC, 중앙일보, EBS, CJO쇼핑과 제휴해 윈도7 운용체계(OS) 사용자들을 시청자로 만들 계획을 선보인 것이다. 당시 막 출시된 윈도7 '미디어센터' 기능으로 PC에 TV수신카드 없이 방송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이후 몇개월간 사업은 정체됐고, 한국MS는 관련 내용에 대해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MS가 콘텐츠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웹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TV사업자들과 긴밀히 협력중이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케이블TV사업자를 대신해 나서는 역할이 아니라, 케이블업체들이 그 콘텐츠를 가입자 X박스 단말기로 공급케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발표된 내용이 그런 사례다. 행사중 MS와 뉴스코프는 폭스 방송, 폭스 뉴스, IGN,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콘텐츠를 공급하는 X박스 라이브 서비스용 앱을 제공하기로 협력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용한 미디어업체 임원은 MS가 원한 것중 어떤 부분은 포기하게 됐지만 이들은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왔다며 꼭 더이상 실패를 거듭치 않으리란 뜻은 아니고, 일단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MS가 당초 계획을 걷어낼 동안 구글, 아마존 등은 소수 대기업이 장악한 케이블TV시장에 1천억달러를 투입하며 관련 사업을 밀어부쳤다고 썼다. 미국 케이블TV 생태계는 컴캐스트, 다이렉TV그룹같은 대형 배급사나 월트디즈니, 타임워너같은 방송 제작사가 틀어쥔 모습을 보인다.

굳이 MS, 아마존, 구글이 아니라도 웹TV 시장에 신규사업자로 나선 모든 기업들은 넷플릭스를 뒤쫓는다. 이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온라인 동영상과 DVD 콘텐츠를 가입형 서비스로 이용하는 가입자를 2천300만명 이상 확보한 성과를 보인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시작한 사업을 올초 영국에까지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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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넷플릭스가 거둔 성공이 전통적인 케이블TV업계에 분쟁의 씨를 떨구었다고 평한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당장은 넷플릭스같은 파트너가 공급 대가로 건네는 목돈을 환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저렴한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가 기존 주요 매출원이었던 케이블TV 시장의 가입자 기반을 갉아 없앨 거란 우려도 크다는 설명이다.

케이블, 위성TV 채널업자들의 압박에 놓여온 방송 제작사들이 그런 비극을 피하려면 최신 TV방송과 영화를 공급받고 싶어하는 잠재적 온라인 파트너들과 가능한 높은 가격으로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