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어쩌나…디아블로3로 사면초가

일반입력 :2012/01/12 11:16    수정: 2012/01/12 14:18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일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게임 이용자의 불만이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물 등급 심의를 관장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재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일정이 계속 연기되면 외국계 게임사를 겨냥한 ‘표적심의거부’ 라는 의혹이 일 수 있어 우려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대표 마이크모하임)의 신작 액션 RPG ‘디아블로3’의 게임물 등급이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디아블로3는 지난해 12월께 등급이 확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게임위 측은 자료 불충분 등을 이유로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제공받았음에도 심의 상정 조차 하지 않는 등 이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아블로3의 국내 게임물 이용등급 심의 기간은 이미 한 달을 넘어섰다. 게임위 측은 논란이 일었던 디아블로3의 현금 환전 기능이 삭제됐음에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불확실한 이유를 내세워 업계관계자와 디아블로3의 출시를 기다리는 이용자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는 “게임위는 게임물의 내용을 확인하고 등급을 정하는 기관에 불과하다”면서 “객관적 자료도 없이 디아블로3가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논리로 등급 심의를 거부하나 심의 상정을 미뤘다고 알려질 경우 또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게임위가 정치적 색을 띈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다아블로3 앓이…이용자 반응 보니 ‘부글부글’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 일정이 계속 미뤄지자 게임 이용자는 게임위를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을 정도다.

디아블로3 심의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게임위의 존재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위를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9일자 본지 <디아블로3를 어찌 하오리까>기사에 kjs*****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라 개등위(게임위)들아. 기밀 운운하며 **떨지 말고”라고 했다. 또 smin*****는 “(게임위는)없는 것이 났다. 블리자드한테 매번 딴지다. 국제적 망신이다”고 맹비난했다.

Jin*****는 “정부는 국내게임회사랑 협의했냐? 국내 게임도 현질(현금거래)한다. 현질사이트 폐쇄도 못하고 있지 않냐. 국내에서는 게임 안 한다”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관료주의에 빠져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글로벌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Y***는 “한국은 말로는 글로벌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관료주의에 빠져있다. 대부분의 해외 게임 시장을 보면 게임물을 자체 심의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게임물을 자체 심의를 하는 이런 국가가 얼마나 되냐”고 비꼬았다.

여성부와 게임위를 묶어 비난한 이용자도 눈에 띈다. San*****는 “개등위(게임위)와 여성부만 없어져도 국가 예산은 보존된다. 필요 없는 부서는 축소하든가 없애던가 해라. 여성부를 보면 예산이 얼마나 필요하겠냐”고 했다.

■게임위 신뢰 바닥권, 해법은 없나

복수의 전문가는 디아블로3 사태로 인해 게임위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 붙어야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게임물 등급 심의를 계속 미룰 경우 특정 회사를 겨냥한 ‘표적심의거부’로 오해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게임위는 게임물 등급 심의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게임은 새로운 심의 절차를 도입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와 게임 이용자, 게임전문가 등 불특정인원이 참여하는 공개 심의다. 속된말로 숨기지 말고 까놓고 등급 심의 과정을 밝혀야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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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의견도 있었다. 게임물 등급 심의에 참석하는 모든 위원이 어떤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등급 심의를 결정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부분이다. 게임위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각각의 게임물 등급 심의 결과가 올라온다. 여기에 각 위원들의 이름으로 등급 심의를 결정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서술해야한다는 것.

한 업계고위관계자는 “게임위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의 위원이 투표를 통해 게임물 등급 확정을 하는 방식이기에 게임위의 전체 문제로 보기는 힘들다”면서 “게임사가 등급 심의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면 공개 심의 방식을 도입해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또 심의 위원이 등급 판단 이유를 기록해 공개하는 것도 게임위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