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 컨수머' 공정위 꼼수 안되려면..

기자수첩입력 :2012/01/12 11:50    수정: 2012/01/12 14:15

남혜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스마트 컨수머’가 시작부터 논란이다. 소비자 안전과 리콜, 상품비교 등 식품·제품·서비스 정보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신뢰도 담보가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날 공정위가 스마트 컨수머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컨수머 리포트'다. 미국 유력 월간지 '컨수머 리포트'를 벤치마킹, 내부 콘텐츠 구성도 그대로 한국식으로 옮겨 담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컨수머 리포트'는 미국내 비영리 단체인 소비자협회가 지난 1936년부터 발행해온 유료 월간지다.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정부에 탄원서를 내거나 소비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해 왔다.

미국내 월간지가 국내 언론과 소비자, 정부기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공정성이란 힘 덕이다. '컨수머 리포트'는 400만명이 넘는 정기구독자를 확보해 수익을 얻는다. 때문에 정부 보조를 받을 필요도, 기업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여기엔 소비자협회의 철학과 미국내 소비자 권리 운동 역사도 기여했다. 기업에 비해 제품 정보가 더 적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 소비자들에 오랜 시간 공유돼 왔다.

기업들이 '컨수머 리포트'를 무서워 하는 것은 바로 그 자발적인 신뢰에서 오는 힘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스마트 컨수머' 사업에 기업과 소비자들이 우려를 보내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는 정부와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가능한 것인데, 공정위 주도의 컨수머 리포트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

물론 공정위가 밝힌 것처럼 국내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소비자에 제공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간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얻을 수 있던 정보는 기업의 홍보자료가 대다수였다. 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비교, 분석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도 두 손 들고 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공정위가 밝힌 스마트 컨수머 운영 계획은 처음부터 사업 진의와 방향성에 혼란을 준다. 이날 공정위는 정부 주도하에 객관적인 상품비교정보를 내놓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콘텐츠는 한국소비자원에 일임했다. 또 컨수머 리포트의 주요 내용인 '클릭정보 DIY'와 '소비자칼럼'의 경우 민간 참여형으로 운영할 것이라 설명했다.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책임 부문에서도 공정위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정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생산기관에 있다며, 궁금한 사항은 공정위가 아닌 민간단체에 하라고 밝힌 것.

공정위가 제대로 '스마트 컨수머'를 운영하려면 업계 일각의 우려를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다. 기왕 시작한 것, 소비자들에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본래 취지만 잘 유지해야 한다. 일각의 우려처럼 "공정위가 시민단체와 손잡고 컨수머 리포트를 통해 기업을 통제하려 한다"는 잡음이 들려서는 안된다.

관련기사

정부 예산이 편성되고, 민간단체의 인력들이 참여하는 만큼 공정위가 '스마트 컨수머'를 제대로 운영되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공정위 발표 이후 기자와 만난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왕 시작한 것 잘 됐으면 좋겠어요. 컨수머 리포트가 공정위가 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쓰는 큰 칼이 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소비자가 믿을 수 있게 제공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