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사내 업무시스템에 "개인용 아이폰도 OK"

일반입력 :2012/01/03 11:27

IBM이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쓰는 아이폰 등의 모바일기기를 업무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게 허용한다. 본사뿐 아니라 한국지사 등 전세계 직원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전사적 움직임이다.

이는 지난해 불어닥친 스마트워크(모바일오피스) 도입 방향과 상반되는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상향식' 또는 '하향식'으로 구별되는 모바일 도입 방법론 가운데 더 효율적인 쪽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향후 IBM의 행보가 실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유행과 관심을 일으킨 기업 모바일 열풍은 대개 실제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업무용 단말기를 직접 사서 공급하는 방식으로 실현됐다. 이는 기존 현업 사용자들에게 업무용 데스크톱과 노트북 PC를 구매, 지급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회사가 직원들에게 IT를 하향식으로 배포하는 방식은 기업 자산인 업무용 시스템을 보호하고 클라이언트 환경을 통제해 원활한 IT서비스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이라고 인식돼왔다.

그런데 3일 업계에 따르면 IBM은 새해 전세계 직원 가운데 절반 규모인 20만명에게 각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폰, 태블릿을 사내에 반입해 업무 용도로 쓰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개인이 단말기 구입 대금과 통신비를 부담하고, 회사측은 관련 업무 지침만 제시하며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한국IBM 홍용기 실장은 예전부터 블랙베리같은 일부 단말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인 기기를 쓸 수 있게 해왔고, 최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지원하게 됐다며 사내 인프라 관련 보안이나 관리 정책은 본사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IBM 본사는 전세계 직원 20만명 가운데 지난해말까지 절반인 10만명이 개인소유 휴대장비를 가져와 쓸 수 있게 했다. 본사 최고기술책임자(CTO) 빌 보딘은 지난해 10월께 나머지 직원 10만명이 새해 이 정책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상향식 기업 모바일 트렌드, BYOD

해당 정책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기업들이 직원에게 일련의 업무프로세스가 딸린 기술 패키지를 내려보내는 '하향식' IT 도입이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직원들이 IT를 자기 업무에 직접 도입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상향식' 방법론도 존재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같이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고 휴대성이 높은 장비를 다루는 사용자에게는 자연스러울 수 있는 선택이다. 업계는 기업들이 이런 상향식 기술도입으로 스마트워크 또는 모바일오피스를 실현하는 트렌드를 일명 '브링 유어 오운 디바이스(BYOD)'라 지칭한다.

BYOD 트렌드는 단말기 공급, 유지관리와 통신비 등으로 발생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비용 절감이란 이점을 제공한다. 모바일 업무 환경을 전사적으로 도입시 일반적인 하향식 방법론에 기반한다면 수많은 직원들에게 표준화된 단말기와 전용 업무시스템을 제공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어차피 기존 인프라에 새로 접근하는 모바일 클라이언트를 관리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해야 하는 필요성은 똑같이 발생한다. 다만 각 직원들이 여전히 개인 용도로 활용하는 장비들에 엄격한 보안성을 요구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숙제로 보인다.

■관리와 보안성이 관건

'모바일 기기 관리(MDM)'와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MEAP)'은 업계가 지난해 관리 표준화, 보안성 유지를 위해 제시한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한국IBM 역시 지난해 '스마트폰 지향 서비스 아키텍처(SPoSA)'라는 MEAP 기술을 선보였다. 다만 이 기술은 현재 진행중인 개인 단말기 도입 허용 정책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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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실장은 MEAP 기술을 활용한 건 아니고 IBM '로터스노츠 트래블러' 기반으로 구현되는 업무 환경이 지원되는 것이라며 주로 이동중이나 사무실 밖에서 휴대기기로 주요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큰 영업직 등 현장 근로자들을 주요 적용 대상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IBM이 직원들의 개인 단말기를 대상으로 이같은 정책을 허용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이 로터스노츠 트래블러 솔루션에 구현된 보안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BYOD같은 상향식이든 표준화된 전사 단말기 도입 등 하향식이든 모바일 기기 도입을 통한 스마트워크에 체계화된 보안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