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전제완, 대한민국 벤처를 말하다

전제완 유아짱 대표

일반입력 :2011/12/31 10:05

정윤희 기자

“다 잃어버렸는데, 손해 볼 것도 없었어요. 계속 먹고 살려면 해야 되니까.”

거창한 미사여구 따윈 없다. 애써 포장하려 하지 않고, 탁 털어놓고 얘기하는 폼이 오히려 홀가분하다. 전제완 유아짱 대표를 만났다.

아직까지 그는 유아짱보다는 前 프리챌 사장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리고 프리챌의 몰락으로도. 그는 지난 2002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한순간에 빚도 250억에 달했다. 세간의 눈으로 보면 그는 말 그대로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달 초 컴백했다. 그룹 라이브 방송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짱라이브로 영상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구축을 겨냥했다. 짱라이브는 가족, 동료, 친구들과 함께 실시간 영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앱이다.

짱라이브는 음성통화나 문자, 카카오톡에 이은 4세대 메신저를 표방했다. 1세대 메신저가 메일, 세이클럽 등 인터넷 초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었다면, 2세대는 MSN이나 네이트온 등의 PC웹메신저, 3세대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앱이라는 설명이다.

“4세대 메신저는 텍스트나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은 핸들링하기 어려워요. 단순히 캐릭터나 이미지는 정해진 포맷을 구현하면 되는데, 영상은 부피가 크고 활용하는 디바이스도 다양하죠. 인코딩 개념도 있고. 짱라이브도 이러한 영상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 유아짱은 1천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1천만원 들여 오피스텔을 빌리고 2천만원 컴퓨터를 사니까 돈이 모자랐다. 그래도 그는 ‘시작을 해야 했다’고 말한다. 일단 시작하고 난 후에는 잠도 제대로 못자며 짱라이브 개발에 매진했다. 말 그대로 와신상담이었다.

“시작을 안 하면 기회도 없죠. 단순히 투자를 안 해 준다고 투덜거릴 일은 아니에요.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싶은데 돈 달라고 해봤자 안줍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구원투수들도 나타났어요. 컨설팅 기회도 오고 사람을 뽑아나가면서 1년 반 정도를 차근차근 개발했죠.”

그런 그가 대한민국 벤처 환경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그 자신이 성공도, 실패도 모두 겪어봤기 때문에 더욱 절실한 외침이다.

전 대표는 현재 벤처의 걸림돌로 자금난, 인력난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벤처 거품이 꺼진 후 승자독식의 시대가 10년간 지속되면서 기관 투자가들은 벤처에 잘 투자하지 않고, 인력은 대기업에 목을 매고, 대기업은 창의적 발상이 쉽지 않은 공동화 현상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벤처는 위험이 높다보니 기관 투자가들이 잘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국내서는 엔젤투자도 아직 미흡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죠. 일부 벤처 기업들 중에 소위 ‘대박’을 터뜨린 곳도 있지만 진짜 말 그대로 극소수입니다. 99%는 거대 자본과 조직에 이기기 쉽지 않아요.”

인력난도 마찬가지다. 요즘에야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개발자나 인재에 대한 투자도 진행되지만, 그동안은 사실상 ‘공백기’였다는 설명이다. 개발인력에 대한 제대로 된 뒷받침이 없으니 학생들도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고시 공부로 빠졌다. 직접 개발인력을 구하러 뛰어다니다보니 이러한 심각성이 더욱 피부로 다가왔다.

“요새 진짜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숙련된 기술자가 몇 없어요. 플랫폼을 개발하려면 최소한 5년차 이상의 C++ 개발자가 필요한데, 쉽지 않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그동안 공대를 천대하면서 그나마 있던 똑똑한 학생들도 고시 공부에 목을 매는 상황이에요. 여기에 또 남아있는 인재들은 대기업에서 싹쓸이 해갑니다. 인력 품귀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도 문제다. 한 번 실패한 사람은 천운이 없으면 다시 재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아예 도전하지 않는다. 전 대표는 실패한 사람을 무시하는 풍토에 대해 ‘교만’이라고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패자부활전이 없어요. 이게 교만한 거죠. 사람이 바보가 아닌 이상, 실패를 하다보면 경험이 쌓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망가진 사람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요. 실패 경험이 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벌이 되는 셈이죠.

인터뷰 말미에 전 대표는 사실 짱라이브를 완성해 ‘짠’하고 멋있게 나타나고 싶은 심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영상 플랫폼을 개발한 후 펀딩 받고, SNS를 접목시킨 후 펀딩 받는 식으로 개발을 진행해 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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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내년 1분기까지 짱라이브를 궤도에 올려놓은 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콘텐츠 번역만 하면 바로 외국 이용자와 만날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언어장벽이 문제되지 않는 영상 소통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눈앞에 있는 현실만 보는 것 같아요. 지금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10년, 20년 후에 성공할 수 있는데 말이죠. 젊은이들도 당장은 괴롭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기회는 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망하고 나면 못 살 것 같았는데 이렇게 짱라이브로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