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IT에 공포로 뜨다

일반입력 :2011/12/31 08:04    수정: 2012/01/01 15:05

2011년은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가 이어졌다. 3월 일본 대지진, 8월 태국 홍수 등이 올 한해 안에 일어났다. 대규모 자연재해는 정치, 경제, 사회뿐 아니라 IT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IT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지점에 섰다. 오늘날 IT의 파괴는 산업의 붕괴로 이어진다. 자연재해로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인류에게 공포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사회문화와 경제의 진화는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여러 비책들에서 비롯됐다.

벌써부터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은 갖가지 변화들이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연재해로부터 생겨난 공포는 IT업계를 변화시키고,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 대지진과 기업 IT의 열도 탈출

3월 도쿄 동북부 지역에 진도9.0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초대형 쓰나미가 동북해안을 덮쳤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됐다. 사망자는 1만5천800명, 실종자가 3천400명에 이르렀다. 33만명이 피난을 떠났다. 모두 일본 역사상 최대규모였다.

대지진은 일본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사무실 건물, 데이터센터, 공장 등이 타격을 입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전력난이 심해져 산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현재 도쿄 지역은 순환정전을 통해 국가전력 사용을 조절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전력수급이 부족해진 탓이다.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야간 근무를 자제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운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주요 정보와 시스템들이 자연재해로 일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에 일본의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자국에 두지 않고 클라우드로 교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소프트뱅크는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데이터센터가 피해를 입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구글의 G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소프트뱅크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해외 클라우드 이용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T와 소프트뱅크가 일본 기업의 재해복구(DR) 데이터센터를 김해시에 유치하기 위해 합작사를 설립한 것은 이같은 추세에 선제 대응한 결과물이다. 한국HP 역시 일본 기업의 DR센터를 한국 내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는 비용절감이나 비즈니스 효율화란 클라우드의 일반적인 효과를 안정성으로 뒤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태국홍수와 기업용 IT인프라 비용부담 상승

7월부터 태국을 강타한 대홍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공장을 파괴했다. 태국은 전세계 40%의 HDD를 생산할 정도로 HDD업체 생산시설이 집결해 있었다. 웨스턴 디지털(WD), 씨게이트, 히타치 등이 제품을 생산 하지 못하자 HDD 가격이 폭등했다.

태국 홍수사태로 HDD업체 생산 공장이 침수되면서 IT업계는 하드디스크 수급부족을 겪었다. 개인, 소매용 HDD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에 반해, 서버·스토리지업체들은 HDD가격인상폭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않았었다. 분기별 대규모 조달에 따른 가격할인 덕이었다. 하지만, HDD 수급차질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용 하드웨어 업체들도 더는 버틸 수 없게 됐다.

HP는 지난 11월 HDD 가격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다. HDD가격을 20% 인상하면서 서버, 스토리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스토리지업체 EMC도 내년부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가격을 인상한다. EMC는 벨로시티 채널 파트너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새해부터 디스크가격을 5~15%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현재까지 넷앱, IBM, 히다치데이터시스템(HDS) 등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상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HP, EMC 등이 가격 인상의 문을 연 만큼 타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벼락 맞은 아마존 EC2와 클라우드 신뢰성

8월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가 벼락을 맞아 2일 동안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백 수천개 기업의 IT인프라를 한곳에 몰아넣고 서비스하는 클라우드가 천재지변으로 중단된 것이다.

유럽 아일랜드 더블린지역에 친 벼락으로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유럽지역의 EC2 등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운영중인 MS도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데이터센터의 정전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문제는 전력 공급을 위한 시스템이 폭발하면서, 완벽한 복구에 이틀을 소비했다.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가용성존으로 백업시간도 길어졌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가 동시에 백업돼야 했기 때문에 네트워크 대역폭의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운영중단된 서버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서유럽 가용성존 3곳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복원작업은 나머지 2개 가용성존에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천재지변으로 데이터센터 자체가 다운되면서, AWS 이용자의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웹서비스 기업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도 운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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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맡길 경우 장애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보안 문제로 클라우드 이용을 꺼리던 고객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반면,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더 주목받게 됐다. 주요 데이터는 자사에 남기고 민감하지 않은 업무만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형태가 EC2 장애로 해법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