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넷앱 꾸준한 질주...하지만

일반입력 :2011/12/27 09:31    수정: 2011/12/27 09:57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토리지전문기업 넷앱이 한국시장서 사상 최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도 한국시장 순위변동을 일으키지 못하고, 세계 순위와 동기화하는데 실패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넷앱(대표 김백수)은 최근 서버 가상화와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활성화에 힘입어 올해 3분기 46%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2년 내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강세는 여전히 미드레인지 시장이다. 이 회사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인 FAS2000, FAS3000 등이 인기가도를 달렸다.

■유니파이드 먹히며 클라우드서 강세

김백수 한국넷앱 지사장은 “ 전체 매출 가운데 미드레인지 제품의 비중이 70%를 차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성화 한국넷앱 마케팅부장은 “매출뿐 아니라 용량 기준으로 75% 성장해 최근 2~3년 사이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라고 덧붙였다.

넷앱은SAN, NAS, iSCSI, FCoE 등의 모든 스토리지 프로토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파이드 아키텍처로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로엔드부터 하이엔드까지 동일한 플랫폼과 운영체제(OS)를 사용해 스케일업, 스케일아웃이 간편하다.

이 회사는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대다수에 스토리지를 공급하면서 강점을 증명했다. 넷앱은 또한 게임온, 두산 그룹, 한국 전력, 남부 발전, SK 마케팅&컴퍼니 등에 VDI용 스토리지를 공급했으며, 공공 분야 입지도 강화중이다.

그럼에도 한국넷앱은 ‘세계 2위, 한국 5위귄’이란 이질적인 상황을 좀처럼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스토리지시장 40%를 점유한 한국EMC의 벽이 워낙 탄탄한데다, 하이엔드 시장서 약진하지 못하는 요인이 크다.

■서비스에 중독된 하이엔드 고객

이에 경쟁사와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고객들의 성향이 넷앱의 지향점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스토리지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이나 하이엔드 스토리지 고객 대부분은 관리, 유지보수 등을 공급업체의 서비스에 100% 의존한다”라며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상주시켜 유지보수하는 서비스 인력을 운영하지 않는 넷앱은 이 같은 상황과 전면 배치된다”라고 설명했다.

넷앱 제품은 ‘쉽다(easy)’는 게 강점이다. 설치부터 운영까지 상당히 복잡한 지식을 요구하는 스토리지 관리를 정책기반으로 자동화하고, 기본적인 초기 설치 작업과 증설 방법 등을 간소화했다. 기업 내 IT관리자는 운영 유지보수를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넷앱의 전략은 해외시장서 상당한 강점으로 통한다. 기업마다 전문적인 IT관리자를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관리하는 미국은 관리 편의성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운영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려는 실제 IT부서의 입장이 넷앱의 메시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 호주, 유럽 대형 기업들은 넷앱의 하이엔드 제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하이엔드 스토리지 사용 고객들은 자체인력을 통한 인프라 관리보다 IT아웃소싱이나 벤더 서비스를 활용한다. 비싼 비용을 주고라도 직접 인프라를 관리하려는 시도를 꺼린다.

이에 한국EMC는 고객 상주 서비스를 통해 인프라 관리를 전면지원한다. 넷앱은 기본적으로 채널 비즈니스기 때문에 상주 서비스 조직과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한국넷앱은 회사 규모면으로 서비스 인력을 운영할 만큼 크지 않다.

하이엔드 시장은 판매 대수는 적지만 매출 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또한 제품 성능을 입증받는 증표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고 시장 순위를 올리려면 하이엔드 시장은 버릴 수 없다.

■게임의 룰을 먼저 바꾼다

이런 상황속에서 한국넷앱은 역발상으로 접근한다. 서비스 조직을 만들고, 대규모 인력 확충에 나서기보다, 시장 흐름 변화 속에서 생각을 바꾸란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는 것이다.

이성화 한국넷앱 마케팅부장은 “하이엔드 시스템을 드라이브하기보다, 처음 미드레인지 제품을 구매해 쓰다가, 대규모 용량 증설과 성능 업그레이드 요구사항 생기면, 그 때 하이엔드 급으로 늘리라고 강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넷앱의 FAS 시리즈는 제품 가격에 상관없이 OS로 데이터온탭(DATAONTAP)를 동일하게 사용한다. 하드웨어 박스는 상급 제품으로 바꿀 경우 컨트롤러만 바꾸면 된다. 기존 하드웨어는 디스크 박스로써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 부장은 “미드레인지에서 하이엔드로 바꿀 때 데이터 이전 작업도 필요없으며, 정합성 테스트도 필요없다”라며 “굳이 비싼 하이엔드를 살 게 아니라, 작게 시작해서 필요한 시점왔을 때 쉽게 업그레이드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서비스 인력 운영은 파트너를 활용하면서, 특정 고객만 직접 서비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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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마케팅의 발판은 클라우드다. 시시각각 인프라가 바뀌고, 정형, 비정형 데이터 등 빅데이터 처리 이슈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국내도 중요한 요건으로 비용절감이 떠올랐고, 업체 서비스에 대한 의존보다 인프라를 직접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넷앱 측은 “국내도 수시로 변화하는 업무환경을 IT에서 뒷받침해야 하니 유니파이드와 중복제거 등 넷앱의 기술이 시장 흐름과 잘 맞아 떨어져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