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LED TV 뒤에 숨은 딜레마

일반입력 :2011/12/26 16:31    수정: 2011/12/26 17:44

남혜현 기자

'반값TV' '통큰TV'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보급형 TV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른 디지털TV 수요 잡이에 유통업체들이 적극 나선 까닭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TV시장의 최대 이슈는 '보급형 PB(Private Brand) 상품'의 약진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이미 보급형TV 유통에 뛰어들었다.

최근 마트서 판매되는 보급형TV는 대부분 49만9천원. 모두 32인치 LED TV로 유사한 사양을 갖췄다. 동급 화면 크기의 삼성전자TV가 온라인몰에서 50만~100만원 사이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값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은 있지만 판로가 없던 중소기업들이 유통업체와 손잡고 수익률을 최대한 낮춰 내놓은 제품들이 다수라며 디지털 TV 전환 수요를 잡기 위한 반값 마케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TV전환, 저가 수요가 몰린다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저가 TV를 내놓는 데는 내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당분간 디지털TV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가 지난 10월 타이완 업체 TPV와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한 32인치 풀HD LED TV '드림뷰'는 출시하자마자 5천대 물량이 모두 팔렸다. 이마트는 대기 수요를 감안, 내 달 추가 물량을 다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가 국내 중소업체인 모뉴엘과 손잡고 내놓은 '통큰 TV'도 발매 하루만에 2천대 물량이 동났다. 지난 21일부터 진행한 예약판매도 2천대를 넘어서며 보급형 TV 수요 인기를 짐작케 했다.

마트 TV가 인기를 끌면서 홈쇼핑도 중소업체와 손잡고 보급형 TV를 선보였다. 지에스샵은 26일 중소 모니터업체인 오리온정보통신과 손잡고 49만9천원에 32인치 LED TV를 독점판매한다고 밝혔다.

지에스샵 관계자는 홈쇼핑에서도 보급형 TV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며 홈쇼핑은 TV가 매장과 마찬가지이므로, 디지털TV 보급에 다른 유통매체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중소기업 딜레마

국내 TV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독과점 부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주력 상품은 스마트와 3D 등 각종 신기능을 집어 넣은 프리미엄 제품들이 대다수. 때문에 저렴한 디지털TV를 찾는 수요를 유통업체들이 발빠르게 파고들었다는 평이다.

업계는 유통업체와 중소기업이 협력한 보급형 TV 출시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출시하면 하루만에 '완판(완전 판매)'되기 때문에 유통업체로서 디지털TV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 시장이다. 중소기업에서도 브랜드 알리기 등을 위해선 이같은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같은 할인판매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에 '중소기업 TV=최저가 제품' 이미지가 각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소업체의 딜레마다.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유통사와 협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적절한 가격선을 찾아 보급형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32인치급 TV의 경우 세컨드TV로 판매가 많이 되기 때문에 합리적 가격수준과 사후 관리를 제공한다면 판매율도 신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홈플러스와 함께 보급형TV를 내놓은 우성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반값 행사는 스팟(1회)성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중소업체들이 삼성 등 고가 모델과 인터넷 최저가의 중간 정도 가격에 제품을 내놓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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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저가 TV 경쟁에 참여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부분 저가 TV가 수량을 한정해서 출시하기 때문에 당장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수요가 늘어난다면 보급형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올해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급형 TV와 관련한 출시 계획이 있다면 내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