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에 설비업자들 우루루 들이닥쳐서는...

일반입력 :2011/12/22 12:34    수정: 2011/12/22 15:47

“KT망을 빌려주면 그 밑에 통신공사업체의 일감은 3분의 1로 줄어든다. FTA 체결로 정부가 농가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처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김희승 대전통신 대표)

“1km 선로를 굴착하는데 2억원이 든다. 그런데 회수비용이 1천만원이라면 어느 사업자가 투자를 하겠나. 몇 안 되는 가입자 때문에 사업자는 투자 안 한다. 결국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F2텔레콤 이진영 상무)

21일 오후 정보통신공사업체 관계자 40여명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몰려 와 ‘전기통신설비의 제공조건 및 대가 산정기준’ 고시 개정안을 놓고 격한 언쟁을 벌였다.

방통위가 고시 내용 중 의무제공사업자인 KT의 광케이블 제공 기준을 ‘2004년 이후 구축된 광케이블→3년이 경과되지 않은 광케이블’로 바꾸고, ‘KT가 예비로 남겨둘 수 있는 회선(예비율)을 운용회선의 35%→20%로 축소’ 하려는 것 등에 대한 찬반론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방통위가 고시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이해당사자인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찾아와 ‘생존권’을 내세우며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KT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사들의 편이 나눠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2009년 KT-KTF 합병의 인가조건으로 마련된 해당 고시는 KT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업체 등에 전기통신설비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절차, 조건, 대가기준 등을 명시하고 있다.■“설비투자 줄어든다”

이날 논쟁의 핵심은 고시 개정으로 통신사의 투자비가 축소되느냐, 늘어나느냐는 것이다.

KT 협력업체들은 광케이블의 의무제공 대상이 확대되고 예비율이 낮아지면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KT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일감이 줄어든 하청업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윤통신 김윤헌 대표는 “KT가 10원을 들여 관로공사를 했는데 이것을 원가를 보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싸게 임대해줘야 한다면 KT가 재투자를 하겠느냐”며 “당연히 공사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협력업체 관계자는 “관로 내에 10년 전 구축한 A광케이블, 5년 된 B광케이블, 2년짜리 C광케이블이 있는데, A광케이블의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는 A, B, C를 다 드러내야 한다”며 “통신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여유 관로를 쓴다지만 결과적으로는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서는 인입관로만 임차해서 쓴다고 하지만 인입부분은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관로임대에 따른 공사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KT의 투자도 위축시키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투자를 점차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설비투자 늘어난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들은 일시적으로 KT 협력업체들의 공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전체적인 투자는 늘고 장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라고 밝힌 F2텔레콤의 이진영 상무는 “1km 선로를 굴착하는데 2억원이 든다. 그런데 가입자 수가 적어 회수비용이 1천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면 사업자는 투자 안 한다”며 “결국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KT의 관로를 빌려 공사한 것 중의 90%는 인입부분 이었다”며 “간선관로를 임대해 쓰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자리에 참석한 SK브로드밴드 설비구축팀장은 “올해 유선분야 중 선로 구축에 1천억원을 투자했는데 내년에는 1.5배 이상 증가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이번 고시 개정으로 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정책협력담당은 “합병전보다 투자비가 2배 늘었다”며 “기간망이나 백본망에서는 계속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KT의 관로임대는 제한된 지역에 한정된 것이니 만큼 이로 인해 좀 더 많은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범 방통위 통신정책과장은 “KT의 관로는 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하고 유휴 관로는 방치하는 것보다 경쟁사들이 활용하도록 해줘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KT 협력업체들의 공사도 늘어난다”며 “여러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있고 제기된 의견에 대해서는 향후 제도 보완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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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각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생존권이 걸려 있는 이번 고시 개정안이 좀 더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