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강제로 IE 업데이트?…오해와 진실

일반입력 :2011/12/19 16:22    수정: 2011/12/20 10:18

내년부터 인터넷익스플로러(IE) 최신판 업그레이드가 자동화된다. 윈도 운용체제(OS) 내부 업데이트 목록에 IE가 다른 설치 프로그램과 함께 나타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웹표준 지원이 약하고 보안 기능이 부실한 낡은 브라우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퇴출의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한다. 구글 크롬이나 모질라 파이어폭스처럼 '사용자 모르게' 버전이 갈리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만 이같은 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보긴 어려우며 MS 역시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MS는 공식 IE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최신 브라우저를 사용할수록 웹은 전반적으로 더 안전하고 나아진다면서도 향후 등장할 IE10에 대해서도 자동 업데이트에서 제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전부터 회사는 직접 OS 출시에 맞춰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브라우저와 관련된 마케팅, 프로모션을 펼쳐 왔다. MS와 주요 서비스 업체들은 구버전에 편향된 브라우저 비중을 연합 캠페인으로 개선시키기도 했다.

또 기업 사용자들은 자사 필요에 따라 전략적으로 업무용 시스템에 맞춘 브라우저를 일시에 도입한다. 덕분에 새로운 OS와 함께 신형 브라우저 보급도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결국 이번 MS 행보가 구버전 IE 사용 비중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기엔 개연성이 떨어진다.

■국내 적용 시점 불분명

지난주 미국 지디넷 등 외신들은 MS가 내년 1월부터 각 윈도PC에서 OS에 맞는 최신 IE 버전을 설치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동 브라우저 업데이트를 통해 윈도XP 사용자는 IE8, 윈도7과 비스타 사용자는 IE9를 쓰게 된다.

이런 정책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브라질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침내 전세계 사용자들이 IE6과 IE7 버전을 못 쓰게 됐다는 전망은 성급하다.

19일 국내 업데이트 적용 시점에 대해 문의하자 한국MS 관계자는 그와 관련해 본사에서 전달된 내용이 없다며 기존 윈도 업데이트로 IE를 제공해온 방식과의 차이점이나 적용 지역 확대 시기는 별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우선 MS가 새로운 업데이트 방식을 예고하면서 전체 지역에서 시행 일정을 확정해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최소한 이 정책이 우리나라에까지 적용되는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IE 업데이트 설치 중요도↑

그리고 윈도 업데이트를 통해 새 IE 브라우저를 내려받아 설치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있었다. 이미 구버전 IE 사용자들은 새 IE 브라우저를 다른 윈도 업데이트 항목과 마찬가지로 자동 다운로드 후 설치하거나 설치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이번에 실제로 바뀐 것은 IE 배포 방식이나 설치 과정이 아니라 MS가 이 업데이트에 지정하는 '중요도' 등급이다. 과거 방식은 업데이트 목록에 표시되는 최신 IE 설치 파일이 '선택적(option)'이었다면 이제는 윈도 보안취약점 수정 등급인 '중요(Important)' 수준이나 기능 개선을 위한 '권장(Recommanded)'으로 상향된다는 점이다.

윈도는 스스로 중요, 권장 등급 업데이트를 내려받고 적용하는 설정을 기본값으로 취한다. 반면 선택적 업데이트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지정하지 않으면 일일이 내려받거나 설치되지 않는다.

■구버전 브라우저 폐기 아냐

MS가 최신 브라우저 설치에 높은 중요도를 부여한다 해서 구버전 사용자를 홀대하거나 새버전으로 강제 이주(?) 시키려고 계획한 것도 아니다.

일단 중요도 높은 윈도 업데이트 역시 자동 설치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지디넷은 기업과 개인 사용자들 모두 IE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기 위해 다중 선택 배제(opt-out) 기능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IE 업그레이드를 거부한 윈도에서는 자동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고 ▲자동 업데이트를 설치했더라도 그 브라우저를 지우고 이전 환경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기업 환경에서는 아예 MS가 제공하는 'IE8과 IE9용 블로커 툴킷'을 사용해 브라우저 업데이트를 차단시켜 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도 구글과 파이어폭스처럼 최신 브라우저를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브라우저가 스스로 사용자 몰래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받게 함으로써 최신 사용자 환경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진 않은 것이다. 구버전 브라우저 환경을 지원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MS와 경쟁사간의 차이라고 지디넷은 지적했다. 이는 섣불리 새로운 업무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 많은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기업 사용자 환경에 큰 차이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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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구글 크롬15가 전세계 브라우저 사용 점유율 비중으로 IE8을 누르고 단일 버전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잦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 개선과 기능 추가 등으로 관심과 인기를 얻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MS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더 빠른 브라우저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 위해 분전하고 있다. 내년중 IE10 버전이 PC와 태블릿 환경을 함께 겨냥해 나올 윈도8에 기본 탑재될 예정이다. 그 공개 시점이 IE9 정식판이 나온 지난 3월을 기준으로 1년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는 경쟁자들에 비해 여전히 느린 주기지만 과거 IE 버전들이 새 OS 출시에 맞춰 2~3년 주기로 등장한 것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시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