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DIY 서버' 성공할까?

일반입력 :2011/12/19 09:09    수정: 2011/12/19 17:46

저가로 널리 사용돼온 화이트박스 x86서버가 '스스로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서버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업계는 DIY서버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면서 저마다의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미래는 미궁속이다.

지난해 KT는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면서 상용제품 대신 주문제작(OEM) 서버를 활용해 주목받았다. 올해는 자체 서버 개발에 나선 업체가 더욱 늘었다. NHN, SK C&C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용 서버 제작 계획을 밝혔다.

이 때문에 기존 상용 서버업체의 사업규모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KT, NHN, SK C&C 모두 서버업체에게 대형 고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SMB 고객을 싹쓸이하면 서버업체는 볼륨서버 시장 고객마저 잃을 수 있기에 긴장감을 키운다.

하지만 12월 현재까지 올해 x86서버업체들의 매출은 줄지 않았다. 업체별로 전년보다 성장 혹은 유지하는 수준이었고, 전체 서버매출 규모도 늘었다.

화이트박스와 자체제작 서버에 대한 시장 변화는 점차 비용절감에서 맞춤화로 바뀌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이 자체제작 서버를 통해 저전력과 최적화에 성공하면서 이를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외국 전문가들은 DIY서버의 성공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예상한다. 페이스북에 특화된 서버 디자인이 네이버에도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일단 DIY 서버는 저전력 시장으로 발전하면서, 전반적인 x86서버 시장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자체제작 서버에 대한 업계의 지지 여부도 갈린다. 구입비용을 절감하면서 최적화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견과, 전체적인 운영비용을 늘린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자체제작 서버를 선호하는 쪽은 x86서버의 범용화를 꼽는다. CPU, 메모리, 저장매체, 전원공급장치 등 서버 구성요소들이 이미 표준화됐고, 상용서버의 제조사별 성능차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설계한 서버와 상용서버 간 성능 차이가 적은 상황을 비교할 때 비싼 값을 주고 서버업체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김현승 과장은 “x86서버는 퍼포먼스보다 자기 최적화가 중요한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라며 “비용을 줄이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사양, 퍼포먼스 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화이트박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임진식 이사는 “서버 아키텍처는 분명, 고장나면 새 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일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결국 코모디티화 될 것”이라며 “화이트박스 서버는 오픈 플랫폼으로서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버업체는 안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서 안정성이란 단순히 고장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애 발생 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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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x86서버 기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오픈소스 SW를 경험한 NHN이라면 우려할 소지는 적다. 하지만 처음 자체제작 서버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체제작 서버로 구매비용을 절감하더라도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기회비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서버업체 관계자는 “자체제작 서버처럼 오픈 플랫폼을 도입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여야 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라며 “조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로 무턱대고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장애 발생 시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