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타까운 ‘게임위 일병 구하기’

기자수첩입력 :2011/12/16 11:32    수정: 2011/12/16 12:12

전하나 기자

문화부가 ‘게임위 일병 구하기’에 나섰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게임위 국고지원 연장 법안이 일부 의원들의 막강한 반대에 부딪혔는데다 지난달 여당의 한미FTA 강행 처리 이후 국회는 여전히 냉각기다. 이대로라면 게임위는 아무 대책 없이 예산 지원이 끊기게 된다.

현재 국회서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두개다. 문화부와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제출한 게임위 국고보조 적용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과 적용시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두 법안은 병합심사 대상에 오른 상태였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문화부가 왜 11월이 돼서야 국회에 관련 법안을 올렸는가라는 점이다. 앞서 문화부는 게임위의 이름을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등급분류 권한을 민간자율화하는 취지의 게임법 개정안을 냈었다.

그런데 이를 철회하고 국고 적용시한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게임법을 국고지원 만료 시점에 다다라서야 다시 제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문화부가 처음부터 게임위 영구존치를 염두해두고 심의업무 민간이양을 해줄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문화부의 적진 사령관을 자처한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 의원은 “문화부가 국고지원 없는 민간권한이양 자율심의를 3차례 약속했으나 결국 3번의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게임위를 삼진아웃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부가 게임위 존폐 위기로 인한 심의업무 행정공백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제 얼굴에 침뱉기에 불과하다”는 독설을 쏟아냈다. 정부 입법안은 원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6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돼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법안을 제출했어야 함이 마땅하단 지적이다.

당장 오는 31일이면 예산 지원이 끝나는 게임위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규제기관으로서의 숙명을 짊어지고 제 할일만 했던 이들의 밥줄이 끊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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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소재는 문화부에 있다. 여성가족부에 밥그릇 빼앗길까 두려워 올해 내내 게임산업 규제에만 이끌려 다녔다 보니 이미 업계에 약속했던 사전 등급분류 민간이양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이다.

문화부는 이제라도 정책실패를 깔끔히 인정하고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게임산업 진흥을 책임져야 하는 주무부처로서 ‘민간이 곧 진흥’이라는 관점으로 심의자율화 준비를 시작하고 게임위의 후속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