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1세대 스타 벤처인 '김병기'

일반입력 :2011/12/16 10:34    수정: 2011/12/17 10:27

정윤희 기자

그가 돌아왔다. 스타 벤처인 김병기 대표가 애플민트플랫폼으로 다시 한 번 벤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소셜웹서비스 등 아우르는 통합 콘텐츠 플랫폼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 1997년 우리나라 1호 모바일게임사 지오인터랙티브를 설립한 벤처 1세대다. 쉽게 말하면 ‘모바일 게임’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던전앤파이터’ 시리즈, ‘KBO프로야구 시리즈’ 등 히트작도 많았다.

지난해부터는 방향을 선회해 벤처 후배들을 돕는 일에 매진해왔다. 지주회사 애플민트홀딩스를 설립해 스마트폰 앱과 SNG 등을 개발하는 신생 벤처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젊은 기업가 모임(YES)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벤처 사이의 교류를 주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지금 ‘필드’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아직 그라운드는 넓고, 잔디는 파란데 코치석에만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고 정리했다.

“지오를 설립할 때 생각했던 ‘모바일 게임’이란 것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시에는 피처폰이라는 디바이스와 시장 규모, 유통 구조의 한계가 있었죠. 지금 이 시장에 더욱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한 발 물러나 있기에는 벤처의 피가 끓더라고요(웃음)”

■국내 엔젤투자, 현실은…

지난 1년간 엔젤투자에 매진했던 소감을 물었다. 소위 ‘맨 땅에 헤딩’이었다는 다소 우울한 답이 돌아왔다.

“한마디로 척박하죠. 실리콘밸리를 보면 벤처캐피탈이 100일 경우 엔젤투자도 100이에요. 우리나라요? 우리는 1도 안 됩니다. 지난 1년간 국내 엔젤투자의 불씨를 살려보고자 고군분투했어요.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흡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엔젤 생태계도 얼어붙은 상태다. 90년대 말에는 엔젤투자에 세제혜택을 30% 줬다면 지금은 10%로 줄어들었다. 김 대표는 “최근 본엔젤스 등 몇몇 엔젤투자 회사가 고군분투 중이지만 ‘몇몇’이 아닌 ‘몇십개’가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젤투자와 벤처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외침이다.

그러다보니 지주회사라도 자체 먹을거리가 필요했다. 투자를 하더라도 회수까지는 짧게는 3년에서 5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가 필드로 돌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계속 ‘헤딩’만 하고 있기 보다는 ‘변신’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산학협력으로 만든다

지금 그는 산학협력을 통한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 지난 1999년, 한국 벤처 사장들 50명과 함께 한-스탠포드 벤처포럼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리콘밸리에는 대학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대학출신 기업가들이 학교와, 혹은 교수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며 협력하고 있었고요. 인재나 아이디어가 대학에서부터 기업까지 끊임없이 샘솟고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충격이었죠.”

김 대표가 서강대에 둥지를 튼 것도 그래서다. 우선은 모교에서부터 생태계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그는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미래기술원 씨앗을 통해 자신이 쌓은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한테 전하고 있다.

“한 나라의 미래는 젊은이에게 있습니다. 캠퍼스 전체가 문을 열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마든지 벤처로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주어야 하고요. 대학이 가르쳐야 될 것은 지식뿐만이 아닙니다.”

김 대표가 제시하는 ‘벤처 생존 전략’은 규모가 작아도 독창적인 기술로 세계 1등하는 회사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그러한 경쟁력이 없다면 ‘하청살이’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창업, 창업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자칫 사업을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아직까지 엔젤투자나 벤처기업이 살기에는 추운 현실이죠. 지금 제 2의 창업붐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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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 몸으로 때우거나 지식을 기부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나무가 커야 사람들이 그늘에서 쉬죠. 제 후배들이나 10대, 20대 초반 친구들이 쉴 수 있는 그런 큰 그늘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애플민트플랫폼으로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도 그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