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혁신 벤처 “사진으로 글로벌 앱시장 제패”

일반입력 :2011/12/13 09:54    수정: 2011/12/15 08:23

전하나 기자

인류의 발전은 조각과 그림에서 문자로, 나아가 0차원의 픽셀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0과 1의 디지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픽셀로 다시 그것들을 영위하면서 산다.

그중에서도 사진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일상과 삶을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포토 메시징은 더없이 중요한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젤리버스가 올해 3월 출시한 ‘큐브로’라는 애플리케이션은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 앱은 아이폰용으로 나와 중국·일본·영국·스페인 등 16개국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유료 앱인데도 아이폰 이용자만 120만명이 쓰고 있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획기적인 속도 개선에 있다. 큐브로는 이미지를 다양한 색깔로 변환하고 저장하는데 기존에 나와있는 앱의 2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스마트폰 API(응용 프로그램)이 아닌 자체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다.

이 회사는 큐브로 이전에도 ‘펌프’, ‘애니멀 카메라’, ‘미니DSLR’와 같은 카메라 앱을 내놓아 히트를 쳤다. 큐브로가 이미지 에디터 앱이라고 한다면, 해당 앱들은 촬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미니DSLR은 20여종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지원하는 최초의 카메라 앱으로도 꼽힌다.

“처음에는 촬영 앱을 중점적으로 내놨는데 사람들이 후보정을 많이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삼성, LG 등의 휴대폰 단말기가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카메라 사양은 상당히 높은데 이를 받쳐주는 후보정 앱이 전무하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카메라는 500만, 800만 화소로 2천 픽셀을 찍는데 원본 사진을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앱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큐브로를 만들게 됐죠.”

그런데 사실 큐브로는 젤리버스에게 미완의 작품이다. 사진을 후보정 처리하기 위해 엔진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고,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테스트용이라는 설명이다.

“미니DSLR이나 펌프, 애니멀 카메라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기기마다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만약 모두 일괄 적용되는 엔진이 있다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러한 기술을 상품화한다면 회사를 경영하는데도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테고요.”

엔진을 만드는 데에는 1년 6개월 정도가 걸렸다. 가칭 ‘줄리엣’이다. 김 대표는 “줄리엣은 게임계의 언리얼 엔진과 같다”며 자신있는 웃음을 드러냈다.

젤리버스는 해당 엔진 상용화를 위해 내년 2월 출시를 목표로 또 다른 앱 ‘FX 포토 에디터’을 만드는 중이다. 이 앱은 500만 화소 이상의 원본을 바로 처리한 뒤 저장을 가능케할 뿐만 아니라 10개 그룹의 전문 필터를 포함한다.

단순히 사진 앱으로 끝낸다는 생각은 아니다. 젤리버스는 자체 개발한 엔진을 사용해 동영상 촬영과 편집용 앱으로도 구현할 계획이다. 또한 사진 관련 앱 개발자들에 엔진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이를 “단순히 앱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관점에서의 시도”라고 말했다.

“99년도에 웹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지금 대부분은 죽거나 망했죠. 앱 시장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젤리버스가 당장의 수익을 참아가며 앱이 아닌 엔진에 가치를 뒀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죠. 우리가 만든 엔진을 활용해 향후 3년 내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를 잇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진과 동영상 서비스를 잘 묶어내는 것이 젤리버스의 비전이자 미션입니다.”

이들의 기술력은 이미 해외에서도 알아보고 있다. 젤리버스는 지난 6월 싱가폴서 열린 아시아지역 벤처 기업 대회 ‘애슐론(Echelon) 2011’에서 톱10에 들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가장 혁신적인 100대 기업을 꼽는 ‘레드 헤링 100 북미상(Red Herring 100 Award)’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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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젤리버스는 또 다른 시장 개척에 나선다. 시장 초기부터 호황이던 앱스토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자가 적게 몰려 있는 안드로이드 마켓 ‘완전정복’이 목표다. 김 대표는 “안드로이드 시장의 성장가치는 무한대”라며 “지금 시장이 작은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확신했다.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당장 돈이 되냐 안되냐’를 따지기 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시장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용자 취향에 맞게 다양한 기기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 시장은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요. 우리 제품의 사용성은 이미 검증됐으니 해외로 뻗어갈 일만 남았죠. 현재 젤리버스의 라인업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아마존 앱스토어 10위권 내 모두 진입한 상태입니다. 일본과 중국 진출도 안정적인 첫발을 내딛었고요. 내년부터는 윈도모바일까지 지원할 거고 미국 현지 통신사 마켓이나 유럽으로도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