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첫 단추 꿰었지만…m-VoIP ‘어쩌나’

일반입력 :2011/12/05 21:25    수정: 2011/12/06 10:34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이해집단 간의 충돌을 최소화시키고 사업자의 불확실성을 제거시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박재천 인하대 교수)

“전체적으로 통신사, 플랫폼, 콘텐츠 등의 사업자 이해관계 조정이 잘 반영돼 있다. 현재 설정 가능한 수준에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데 동의한다.”(신종원 YMCA 부장)

“지난 5월 이해당사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망중립성 포럼을 조성하고,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이창희 방송통신위원회 통신경쟁정책과장)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공개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논의 끝에 첫 결실을 맺었다는데 그 의미를 부여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망중립성의 최대 현안이었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미뤄지면서, 갈등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망중립성 논의 초기에는 이것이 무엇을 위한 논의인지 불분명했다”며 “그나마 방통위가 마련한 망중립성이 인터넷의 본질적 정책성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인터넷 생태계 발전엔 ‘공감’

방통위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는 수개월 동안 논의된 인터넷정책, 공정경쟁, 미래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비용분담 등 이해관계자 간 얽혀있는 복잡한 내용이 집약돼 있다.

그중 합법적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 보장, 서비스 차단이나 불합리한 데이터 트래픽 차별 등을 규정한 인터넷정책에 대해서는 통신사와 콘텐츠·플랫폼·제조사 등 써드파티 진영 모두 공감한다.

그리고 이 같은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시된 가이드라인의 내용에도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방적이고 공정한 인터넷 이용 환경을 조성하자는 기본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를 사업자 간 자율에 맡기자는 통신사의 입장과 정부가 법제도를 만들어 규제해야 된다는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방통위가 망중립성 정책을 법제화가 아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창희 방통위 통신정책과장은 “가이드라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지침서란 의미”라며 “구속력은 없지만 연성규범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에서 이를 자율적으로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경쟁 놓고 ‘동상이몽’

통신사와 써드파티 진영은 스마트폰 등의 확산으로 ICT 생태계에 공정경쟁을 위한 새로운 규제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서는 의견이 180도 다르다.

공정경쟁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틀리고, 네트워크 투자분담에 해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무료 메신저와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제공하는 써드파티 진영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기간통신역무의 동일한 규제를 받고 과다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공정경쟁의 틀’이라는 것이다.

정태철 SK텔레콤 실장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나온 배경에는 다수의 이용자가 안정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데 있다”며 “현재의 전기통신사업법은 음성이 주된 서비스인 시절에 만든 제도인 만큼 제도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 산업에서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란 원칙이 있는 만큼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동등한 경쟁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만 비용의 책임에서 자유롭다면 어떡해 공정경쟁을 논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반면, 써드파티 진영은 네트워크 투자분담에 대해 통신사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부족하고, 이는 망중립성과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종호 NHN 이사는 “우리나라 통신사의 네트워크 상황이 망 관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가에 대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다”며 “통신사가 LTE 전국망을 구축하는데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고 실제 대역폭이 부족한 것인지도 팩트를 놓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그동안 망중립성은 투자분담 내용이 섞이면서 진통을 겪었다”며 “향후 논의의 장이 될 정책자문위원회에서 또 다시 무임승차론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진다면 진전이 없을 것이고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도 유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m-VoIP에 대한 정책방향이 제외돼 아쉽다”며 “원칙만 천명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반감될 것이고 차단금지나 차별금지에 대한 결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서비스 차단이나 불합리한 데이터 트래픽 차별에 대해 규정한 만큼, m-VoIP에 대한 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m-VoIP 불법? 제도 미비?

이렇듯 방통위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는 업계의 최대 현안인 ‘네트워크 비용분담’과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대한 내용을 담지 못하면서 반쪽자리 정책을 자초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경제적 트래픽 관리’, 즉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망이용대가에 대한 추가적 논의를 지속해야 하며, m-VoIP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역무분류 등의 규제 이슈를 검토해야 한다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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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일각에서는 망중립성이란 대원칙보다 차라리 특정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향후 인터넷 비즈니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만드는 것은 족쇄가 될 수 있다”며 “차라리 m-VoIP나 스마트TV에 대한 문제를 먼저 풀어가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