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E 점유율 하락세…이유는?

일반입력 :2011/11/28 09:24    수정: 2011/11/28 17:46

한때 국내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100%에 가까웠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점차 줄어 올하반기 90%를 밑도는가 싶더니 지난 8월을 기점으로 급락세다. 연내 80%선까지 허물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IE 점유율이 대폭 줄어든 이유 가운데 브라우저 시장 외적인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례로 새 윈도 출시 주기에 의존해 느려터진 'IE 버전 업그레이드'가 문제로 꼽혔다. IE처럼 개발 주기가 느릴 경우 신기술에 대응하기 불리한데다 사용자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어렵다는 것. 다만 이는 해외 시장 얘기다. 해외 웹서비스의 경우 새 표준 개발에 따른 신기능 구현과 도입이 국내에 비해 빠른 편이다. 그간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과 웹기술 업계의 동향은 보수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때 자사 윈도7 판매 호조로 IE9 버전 점유율이 성장 중임을 강조했다.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이 교체주기를 맞아 업무용 윈도PC를 도입해왔다. 새로 출시되는 윈도PC와 노트북에는 현재 모두 윈도7 버전이 기본 탑재돼 있고, 윈도7과 비스타 이전 버전 윈도에는 IE9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추론이다.

실제로 현재 PC 업그레이드 추세와 맞물려 윈도7과 IE9 브라우저 점유율은 국내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그런데 이제 새 PC를 구입하거나 운용체계(OS)를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사용자들은 기존 IE 6, 7, 8 버전에서 다른 브라우저로 돌아선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IE9 점유율이 지난 5월 4.08%에서 현재 11.25%로 늘어난 새에 IE6 점유율은 18.45%에서 9.53%로, IE7 점유율은 18.19%에서 14.33%로, IE8 점유율은 52.29%에서 47.41%로 줄었다. IE 사용자들이 OS와 함께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는 시도 못잖게 이탈하는 경향도 늘어난 추세다.

명시적인 요인을 찾긴 쉽지 않지만 주요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에 따르면 크게 3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스크톱 기반 웹 사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또는 IE 업그레이드 대신 다른 브라우저를 선택하는 경우, 최근 한국MS와 주요 포털사이트가 추진한 브라우저 업그레이드 캠페인, 늘어난 해외 서비스 사용량과 국내 액티브X 의존도 감소 등이 손꼽히는 요인이다.

■모바일 웹 강세에 따른 상대적 비중 감소

우선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비중이 느는 경향과 맞물려 데스크톱 점유율이 가장 높은 IE 이용량의 급감 추세가 두드러진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웹기술 교육 컨설팅 전문업체 미래웹기술연구소의 조만영 대표는 기존 IE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라) 모바일 웹서핑으로 충분함을 느끼면서 이탈하는 모양새라며 이가운데 데스크톱 인터넷 '헤비 유저'로 분류되는 크롬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빨리 느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브라우저 사용자 비율의 변동 경향보다는) 데스크톱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며 제시된 자료가 퍼센티지 값만 공개돼 있어 진의를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웹 사용 비중이 늘었다고 가정하면 IE 브라우저를 쓰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서비스 업체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례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스마트폰 사용자 규모가 늘면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더불어 윈도와 IE 없이 다른 OS와 브라우저로 이용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준비하는 추세다.

우분투리눅스 입문서 '웰컴투우분투'를 집필한 웹기획자 이준희 씨는 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 비중의 영향으로 과거 도입했던 액티브엑스 기술을 버리고 있다며 (플러그인 없는) 해외 서비스를 쓰는 비중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IE사용자, 크롬-파이어폭스로 이탈

이처럼 기존 사용자들이 IE 브라우저를 대체할 대상을 찾는 과정에 경쟁 브라우저들의 빠른 업데이트가 관심을 끌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SK커뮤니케이션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발팀 윤원진 대리는 파이어폭스와 크롬이 지속적으로 버전 업그레이드를 거듭해온 소식이 점유율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온라인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이달말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은 10%,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5%를 넘어섰다. 지난 8월 이후 나타난 이 브라우저들의 점유율 급등 경향이 IE 비중 감소와 맞물린다.

현재 크롬과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은 1~2개월 이내에 새 업그레이드 버전을 쓸 수 있다. 개발사가 정식판 공개에 앞서 일반 사용자를 위한 시험판과 신기능 테스트를 위한 개발자용 버전 등을 미리 제공해 빠른 신기능 탑재와 안정성 강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MS-포털3사의 'IE6 퇴출' 유도

더불어 지난 7월 국내 포털3사와 한국MS가 공동 추진했던 'IE6 브라우저 퇴출 캠페인'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가능성을 시사한 윤 대리는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내가 아는 요인 하나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가 그때쯤(그래프 변동 시기 직전)부터 IE6 브라우저를 퇴출시키는 공동 대응을 시작했던 것이라며 IE6 버전으로 각사 포털 첫화면에 접속하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메시지를 내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전면에 내건 캠페인 이유는 '보안'이지만 내년부터 IE6 테스트가 서비스 개발과정의 품질보증(QA) 프로세스에서 제외될 예정이라며 다음과 네이버도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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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IE6는 윈도XP에 기본 탑재돼 그 OS와 함께 10년 이상 장수해왔다. 국내 윈도XP 점유율도 꾸준히 하락세지만 여전히 윈도7, 비스타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많다. 윈도XP 사용자 대부분이 IE7, 8 버전 등장 이후에도 IE6을 주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재 국내 IE 점유율은 이변이 없는 한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여러 사용자 환경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웹접근성 보장' 과제가 액티브엑스 등 플러그인 의존 서비스를 걷어내도록 이끄는 상황도 이를 거든다. 해외 서비스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플러그인 없는 웹 환경이 정착될 경우 인터넷 사용자들의 플랫폼 선택권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