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인 전자출판 사업은 '뒷book' 정책?

일반입력 :2011/11/23 11:33    수정: 2011/11/30 14:01

남혜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출판 유통지원센터' 구축 계획이 시작부터 중복 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출판사에 전자책 제작도구(툴)와 솔루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구축 의의를 밝혔지만, 이를 반겨야 할 업계는 오히려 실효성 없는 중복투자이자 뒷북 사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는 연내 4억5천만원 예산 규모의 '전자출판 유통지원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정부는 현재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자료 수집과 제안 요청 및 업계 의견 수렴을 진행중이다. 문화부 내부에선 이미 사업 실행을 확정한 상태이며, 사업 원가계산이 마무리 되는 내달 초 조달청에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앞세운 추진 논리는 국내 전자책 시장 육성이다.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무료 제작툴을 일반에 공개해 콘텐츠 생산을 장려하고, 직접 도서의 메타 데이터를 수집해 불법저작물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자책이 유통사별로 제작돼 생기는 중복 투자비용을 줄이고, 기존 종이책 도서 유통사들의 권력이 그대로 전자책 시장으로 이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자출판협회를 비롯한 유페이퍼, 교보문고 등 국내 전자책 업계에선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 크게 반발한다. 이미 민간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무료 전자책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다 정부 프로젝트가 실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진행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진짜 공공 서비스라면 소스도 오픈해라

업계는 정부가 내세우는 '공익' 논리가 허울뿐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엔 지난해 문화부가 한국출판콘텐츠(KPC)와 함께 추진한 전자책 뷰어 및 제작툴 개발 사업이 배경이 됐다. 당시 정부는 예산으로 만들어진 제작툴을 일반에 무료로 공개한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실제론 KPC 회원사에 한해 솔루션이 제공됐다.

특정 단체 후원에 정부 지원금이 쓰였다는 비판이 일자 문화부는 최근에서야 제작툴을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반쪽짜리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에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해야하며, 로그인을 하기 위해선 회원 가입이 다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소스 공개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병훈 유페이퍼 대표는 정부 논리가 산업의 발전이라면, 소스를 먼저 일반에 공개하는 게 우선이라며 정부 예산은 국민의 돈인데 이것이 사기업이나 특정 단체에만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이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 10년간 민간 기업에서 큰 돈을 투자해 가며 제작툴을 개발했고, 또 이미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만큼 정부 프로젝트는 엄연히 시장경제 논리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출판인쇄산업과 석선영 사무관은 최근 제작툴을 일반에 공개했으며,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며 지금 업계에선 민간의 수입원을 침해할까봐 프로젝트에 반대하고 있지만, 제작툴을 꼭 정부 것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려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전자출판 활성화 하려면?

관련 업계는 올해 정부가 추진중인 전자출판 유통지원센터 역시 폐쇄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을 배제한 사업이라지만, 특정 개발사의 기술과 시스템이 들어가는 만큼 완전한 개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정 단체에 유리한 개발사를 미리 선정해 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표출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당초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사업 설명회를 제대로 열지 않은 데다 소수 업체만 불러 의견을 들었다는 점이 이같은 주장의 근거라고 업계 일각에선 설명한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민간영역에선 춘추전국시대라 부를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정부에서 왜 중복 투자를 하면서 이런 걸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사업설명회도 제대로 없었고 몇개 업체만 불러 의견을 듣고 슬금슬금 사업을 추진하는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업 취지 중 하나인 유통 정산 투명성 역시 이미 상당 부분 해결됐으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부가 개입된다고 개선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성대훈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팀장은 정부가 민간이 하는 사업을 모두 못 믿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라며 지금 대기업들이 모두 들어와서 돈을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는 사업에 정부가 뚜렷한 목적성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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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아이캅 역시 이미 기업들이 통계 데이터를 정확히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서로 연동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고 공유한 상황이라며 목적이 분명하면 협업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이같은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이상현 차장은 사업자가 미리 선정됐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자출판 시장이 확대가 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정부가 직접 활성화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