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폭풍 앞의 촛불? CDN업계 "복잡하네"

일반입력 :2011/11/22 08:14    수정: 2011/11/23 10:30

“기술 자체는 블루오션이지만,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인터넷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성장해온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 사업의 현실이다. CDN업체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한국에도 수많은 업체가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CDN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다.

이와 별개로, CDN 기술 자체는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의 증가, 트래픽 폭증, 클라우드 컴퓨팅 등은 CDN을 새롭게 주목받게 했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관련업계의 입장변화다. 이전까지 CDN전문업체의 시대였다면, 통신사(ISP)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등이 CDN을 직접 서비스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기회는 보이는데,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다

CDN전문업체는 이제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증가하는 CDN 수요를 ISP나 클라우드에 빼앗기지 않고 자신에게 끌어오는 전략과, ISP나 클라우드 사업자의 도전에 대한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한국 CDN 시장은 연간 2천억원 규모다. 이를 여러 회사들이 나눠 먹는 구조인데, 씨디네트웍스, 아카마이, GS네오텍, 나우콤, 솔루션박스, 클루넷 등 업체의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엔 세계 2위 사업자인 라임라이트까지 한국에 진출했다.

일단, CDN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모바일 기기의 증가, 비디오 등 대용량 트래픽의 폭증, 클라우드 컴퓨팅 등 CDN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전문업체의 매출도 함께 늘 것이란 예측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전문업체의 역할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KT는 '유클라우드CDN'을 출시하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한 CDN사업을 시작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과거 전문업체에 회선만 팔았던 ISP가 직접 CDN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ISP의 CDN 사업 진출은 망중립성 문제와 맞물린다. 인터넷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포털, 스마트TV 등이 통신사에게 어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상황에서 CDN사업을 직접 벌이는 것으로 해법을 찾은 것이다.

클라우드 사업자도 CDN 업체를 위협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저CDN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클라우드프론트란 이름의 CDN사업을 진행중이며, 도쿄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한국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ISP나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기존 CDN전문업체보다 저렴한 비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CDN사업자는 ISP에서 회선을 구매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ISP는 자신의 망을 이용하므로 회선사용료 비용을 없앨 수 있다. 클라우드나 IDC 인프라를 활용하므로 대규모 트래픽에 따른 용량증설도 쉽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저렴한 기본요금에 자사 서비스와 연계한 할인도 제공한다. 아마존 EC2 사용 기업은 할인된 가격에 클라우드프론트를 이용해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다. 기업고객이 콘텐츠를 아마존 상에 업로드하는 비용은 무료다.

■CDN업계, 통신사는 '상생'-클라우드는 '맞불'

CDN업계가 ISP나 클라우드 사업자의 도전에서 찾아낸 해법은 라이선스다. 자신들이 개발한 솔루션을 패키지화해 ISP와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른바 라이선스 CDN이다.

기본적으로 CDN사업은 여러 대의 서버를 곳곳에 배치해 촘촘한 라우팅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로드밸런싱, 라우팅, 최적화, 가속, 캐싱 등 각 기능은 SW로 구현한다. 라이선스 CDN은 각 기능을 SW 모듈로 만들어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가진 업체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1위 사업자인 아카마이는 최근 자사의 플랫폼인 아카마이 엣지 플랫폼 중 일부를 ISP에게 SW 라이선스로 판매하기로 했다.

로버트 블루모프 아카마이 네트워크사업부 부사장은 ““네트워크 사업자는 높은 수준의 CDN 아키택처를 요구하기 때문에, 매니지드 서비스와 라이선스 등으로 해당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라며 “ISP와 파트너십을 통해 그들이 더 가치있는 CDN 사업자가 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2위 사업자인 라임라이트 역시 SW라이선스 판매방식을 택했다. MS는 CDN사업을 갖고 있지만, 라임라이트 솔루션을 이용해 윈도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제프리 런스포드 라임라이트 CEO는 “통신사의 CDN사업과 경쟁하기보다 도움을 제공할 계획이다”라며 “대표적으로 벨캐나다란 통신사는 라임라이트의 CDN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매니지CDN이란 관리도구를 제공해 돈독한 파트너관계를 맺었다”라고 말했다.

김광식 라임라이크네트웍스코리아 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통신사의 글로벌CDN 분야와 관련해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충분히 한국 통신사의 해외진출에 도움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라이선스 판매 대신 SW를 제공하고 수익을 나눠갖는 형태도 있다. 국내의 솔루션박스가 대표적이다. KT 유클라우드의 CDN체계는 솔루션박스의 플랫폼으로, 로드밸런싱, 캐싱, 압축, 가속 등 CDN 플랫폼을 KT에게 제공하고, 매출을 배분한다.

박태하 솔루션박스 대표는 “통신사에 CDN SW플랫폼을 제공한 지 7년 정도 됐다”라며 “통신사에게 CDN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전체 트래픽의 90%를 처리하기 위한 주류사업으로 떠오를 것이다”라고 밝혔다.

통신사 진출의 경우, CDN업계가 상생모델을 통해 생존법을 찾는다면, 클라우드 업계의 도전은 정면대결이다. CDN이란 기술 자체가 클라우드와 동일한 것이란 인식에서 출발한 결론이다.

M. J. 존슨 아카마이 모바일사업부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는 “아마존은 한정된 IDC 자원을 갖고 있을 뿐이며, 커버리지가 부족하다”라며 “아카마이의 인텔리전트 플랫폼에 비해 성능을 따라오지 못한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제프리 런스포드 라임라이트 CEO는 “아마존은 아직 낮은 수준의 CDN을 제공한다”라며 “주요 비디오 서비스처럼 수요가 많고, 하이엔드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를 공략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자체적인 망과 콘텐츠 전송기술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사업 규모면에서 클라우드 사업자와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몇개에 불과한 데이터센터를 가진 클라우드 사업자와, 세계 곳곳에 수만대의 서버를 분산시켜놓은 규모를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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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런스포트 CEO는 “아마존이나 MS가 시장에 진입한다 해도 라임라이트는 사업 규모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그들과 비교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박태하 솔루션박스 대표는 “클라우드란 개념 자체가 승자독식으로,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경쟁력을 얻는 구조다”라며 “일단 국내의 CDN 솔루션 경쟁력이 세계 최상위권이고 국내 통신사의 네트워크 운영 경험도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품질, 규모, 사용자 수에서 외국사업자에게 밀릴 게 없다”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