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기술이 '미래TV'에 필요한 이유

일반입력 :2011/11/18 08:27    수정: 2011/11/18 18:38

스마트TV로 대표되는 미래 가전 시장에서도 웹 기술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HTML5는 국내 제조사와 서비스업체들이 생태계 활성화와 콘텐츠 플랫폼 표준화를 위한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LG전자 이동영 박사는 17일 열린 W3C HTML5데이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래지향적 TV 플랫폼과 이를 접할 사용자들의 환경에 웹표준 기술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연구소 SWF그룹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웹표준화 업무를 담당한다.

현장에서 이동영 박사는 웹기술이 TV 환경에 쓰이는 다른 콘텐츠 전달 방식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 준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웹의 특성상 개방적인 기술을 씀으로써 제조사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서비스사업자 입장에서도 여러 플랫폼에 대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TV 제조사, '플랫폼' 위해 웹 기술 필요

우선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말기별로 개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드는 부담을 줄이고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웹 기술이 주목된다. TV플랫폼 단말이라 볼 수 있는 기기 종류가 TV단말기, 셋톱박스(STB), 네트워크에 연결된 DVD플레이어 등으로 다양한데 각 특성에 대응한 미디어 앱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에게 여러 스마트폰, 태블릿 모델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똑같이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나 서비스사업자 쪽에서 찾을 수 있다. 제조사들이 단말기 종류별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운을 뺄 가능성이 짙은 것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도 단말기 형식에 따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진다. 화질, 음향채널, 전송방식 등에 따라 콘텐츠의 기술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넷플릭스 사례를 예시로)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사업에서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로 확장을 시작했는데, 서버를 만들고 API를 제공하는 방식이면 충분할 줄 알았지만 큰 오산이었다며 서비스 활성화를 촉진하려면 어쨌든 제조사가 만든 단말기용 소프트웨어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 종류가 400~500대나 돼서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웹이라는 형식은 표준을 따르는 브라우저가 단말기에 들어가 있기만하면 어떤 기계 특성에 따른 제약을 최소화하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다. 제조사나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 수많은 장치에 개발해 넣을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형식을 신경쓰기보다는 웹 기반으로 가는 게 필연적인 귀결이다.

■'TV+웹' 연구 활발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의 표준화 활동 모임 가운데 TV와 웹의 접목을 추진하는 그룹도 최근 발전 중이다. 지난해 W3C '웹온TV'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TV용 웹 기술 논의 조직이 단말제조사를 중심으로 형성된데 이어 올초 '웹앤TV 관심그룹(IG)'이란 이름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웹과TV가 맞물리기 위해 필요한 요구사항들이 문서화됐고 지난 9월 들어 구글 등 브라우저 업체, 콘텐츠 사업자들의 참여도 늘었다.

다만 실제 HTML 표준 규격에 포함시키기 위한 기술, API 개발과 구현 등 작업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구체적인 기술 이슈 연구와 이를 시범적으로 개발할 자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표준이 W3C와 별개 영역인 웨비노스, OIPF, HbbTV 등 여러 표준에 흩어져있는 상황이다. W3C 표준 안에서 이를 통합 재정리할 경우 의미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전달한 요구사항이 HTML WG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별도 WG에서 작업이 일어날 수 있다며 홈네트워크 태스크포스(TF)의 요구사항은 DAP WG 혹은 웹 인텐트 TF에서 표준화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웹과 TV 영역에 알려진 기술 이슈 가운데 미디어 파이프라인 TF와 홈 네트워크 TF를 주요 과제로 꼽을 수 있다.

미디어 파이프라인 TF는 웹환경에서 TV방송 제공시 원어와 제2언어 자막, 음성지원 이벤트 인식 구현기능이나 연령별 콘텐츠 시청 허용 등급 구현기능 등을 세부 주제로 다루고 있다.

홈네트워크TF는 UPnP, DLNA같은 네트워크 내장 가전들의 멀티미디어 연동 기능에 대한 이슈를 다룬다. 기존 표준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을 실제 가정에서 쓰는 사례가 전무하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 업계는 낮은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명료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 박사는 이밖에 TV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콘텐츠 서비스 관점에 핵심 이슈인 웹 환경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표준과 '어댑티브스트리밍'기술에 대한 업계 요구도 크다고 언급했다. 다만 '로열티 프리'를 추구하는 W3C 철학상 이 영역의 기술들은 표준 규격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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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주요 브라우저 개발사들이 웹비디오 재생기술인 '코덱'을 갖고 독점적 포맷인 H.264를 지원하느냐, 구글이 오픈소스화한 웹M을 지원하느냐로 떠들썩했던 상황과 겹쳐지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특허 로열티가 걸려있더라도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기술을 도입해 웹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느냐, 개방과 비영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웹의 정신에 따라 오픈소스 기술을 우선 고려하느냐는 딜레마가 있다.

이 박사는 TV에서 웹기술을 쓰거나 TV서비스를 웹으로 통합하는 2가지 양상 모두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허 문제도 현재 걸림돌인 것은 사실이지만, 역으로 특허를 가진 회사들이 그 기술이 웹에서 쓰이도록 '로열티 프리'를 선언하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