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과거엔 굉장히 잘했다”

일반입력 :2011/11/15 17:11    수정: 2011/11/17 12:35

손경호 기자

“인텔은 과거에 굉장히 잘했다. 그러나 이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도 잘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튜더 브라운 ARM 회장은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ARM 커넥티드 커뮤니티 기술 심포지엄 2011’ 참가차 방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에서는 오랫동안 경쟁관계에 있는 인텔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ARM은 지난달 27일 서버용 64비트 CPU 아키텍처를 공개해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모았다. 기존의 ARMv7은 64비트를 지원하지 않아 고사양 PC나 서버에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HP는 지난 1일 64비트 ARMv8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문샷(Moonshot)이라는 이름의 저전력 서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서버시장에 ARM이 발을 들여놓은 격이다. 튜더브라운 회장은 “물론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서버시장 전체를 ARM 기반 프로세서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좀 더 근본적으로 메모리·스토리지·네트워킹·쿨링시스템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저전력 서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텔이 ARM의 서버시장 진출에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는 분위기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의 답은 거침없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2년 후 시장을 봐야 한다.”

그는 실제로 이미 서버관련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도 전력소비를 줄여야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인텔의 반응은 저전력 칩을 목표로 한 아톰 칩셋을 서버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버 시장에서도 저전력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시점에서는 충분히 ARM의 기술이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HP의 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출시될 ARM코어 기반 레드스톤 서버는 기존 서버제품의 10% 수준으로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브라운 회장의 주장이었다. 그는 또한 “5년 동안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전기요금이 오히려 서버가격보다 더 높은 상황이라며 페이스북·구글 등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이 수치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C시장에서도 인텔을 앞서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튜더 브라운 회장의 설명은 “앞으로 PC시장은 규모가 작고 성장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PC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집에도 여러 대의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PC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모바일 시장에 인텔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그는 “지난 2007년부터 진출을 선언하고 1년 전만해도 모바일용 칩셋인 무어스 타운을 출시하려다 실패했다”며 “모바일 시장에서는 저전력은 물론 가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이슈인데 인텔이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 32nm 메드필드 칩셋에 기반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ARM은 지난달 100달러 미만의 보급형 스마트폰에 사용될 수 있는 프로세서 코어(코텍스-A7)와 고사양 스마트폰에서도 전력효율성을 높이는 빅리틀 프로세싱(bigLITTLE)프로세싱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튜더브라운 회장에 따르면 코텍스-A7은 갤럭시S 등에 탑재된 코텍스-A8보다 크기는 5분의 1로 줄이고, 전력효율은 5배 이상 높였다. 빅리틀의 코텍스-A7은 항상 접속이 필요한 이메일·MP3 재생·통화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 3D게임이나 고화질 동영상을 볼 때는 가장 성능이 좋은 코텍스-A15를 구동하는 형태의 기술이다.

그는 쿼드코어 코텍스-A9과 듀얼코어 코텍스-A15 중 어떤 것이 더 나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승용차 두 대와 미니버스 한 대 중 어떤 것이 낫냐는 질문과 같다”며 “고성능이 필요한 곳과 유연성이 필요한 영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회장은 이르면 2013년 말에는 코텍스-A7기반 보급형 스마트폰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양산되는 시점은 2014년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튜더브라운 회장은 ARM에서 근무한 지 21년째 되는 내년 5월 3일 열리는 연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ARM의 공동창립자 12명 한 명인 그는 1984년 이 회사의 전신인 에이콘 컴퓨터사에 입사해 지난 2008년부터 본사사장으로 임명됐었다.

그동안 ARM에 근무하면서 느꼈던 소회에 대해 그는 “나를 반쪽으로 잘라보면 그 안에는 ARM이 들어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 구성된 팀 역시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에 퇴임하더라도 ARM의 발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